진중권 “조씨 가문, 잘난 성품 물려받아 웅동학원 말아먹었나”

입력
2020.06.21 15:47
"남명 조식 선생, 조국 전 장관 선조" 황희석 발언 비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을 향해 “나라가 조선시대로 돌아갔다. 개그맨이 이런 소리를 하면 웃기라도 하는데 정치인이 헛소리하면 짜증이 난다”고 쓴소리를 냈다. 황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조선 중기 대표적인 선비로 꼽히는 남명 조식 선생의 후손이라고 글을 올린 것을 비판한 내용이다.

진 교수는 21일 페이스북에서 황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한 기사를 공유하며 “성품이든 기개든, 유전형질이 아니라 획득형질이다. 그 잘난 성품을 물려받아서 조씨 가문이 웅동학원을 말아먹었냐”고 비판했다.

그는 “어디선가 조선시대 양반의 비율은 4%가량이라 들었는데, 여러분 중에서 양반 가문이 아닌 사람은 없지 않냐”며 “전국민이 100% 귀족 가문으로 구성된 나라는 전세계에 한국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신분제 철폐가 전인민의 양반화를 통해서 이뤄져 양반이 신분으로서 의미가 없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가 김씨라고, 왕가 출신이라 착각들 하지 마시라. 신라의 왕들이 아무리 번식력이 높아도 인구의 수십 퍼센트를 자기들의 씨로 채울 순 없다”며 “조씨 가문도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나라를 지탱해온 것은 성도 갖지 못한 채 열심히 일해 온 ‘상놈’들이었다. 그분들이 진짜 우리 조상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얼마나 차별을 받았으면, 얼마나 한이 됐으면 가짜 족보라도 만들어 기생계급에 편입하려고 했겠냐”며 “개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온갖 비리로 점철된 가문을 옹호하려고 조선시대 족보나 팔고 있다. 21세기 디지털시대에 반봉건 투쟁까지 해야겠냐”고 말했다.

앞서 황 최고위원은 이날 조선 중기 퇴계 이황 선생과 함께 사림을 이끈 조식 선생을 소개하며 “이분이 결혼을 해 처가가 있는 경남 김해에서 살게 되는데, 웅동(창원 진해)은 바로 김해 옆 지역으로 창녕 조씨 집성촌이 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웅동, 웅동학원. 지난 가을 지겹도록 들었을 이름이다. 이제 다들 무릎을 치겠지만, 남명 선생은 조국 교수의 선조다”라고 주장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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