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의학 동력'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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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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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 에이징]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줄기세포는 난치ㆍ퇴행성 질환 치료의 대안이자 미래 의학의 성장 동력이다.  손상된 세포를 재생하는 엄청난 능력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루게릭병, 당뇨병, 자가면역질환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치료제 개발에도 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 등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성체줄기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만드는 체세포핵치환(SCNT) 줄기세포 및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ㆍiPS)는 배아줄기세포 특성을 지니고 있어 배아줄기세포로 분류된다.

배아줄기세포는 난자와 정자의 수정란이나 난자 핵을 체세포 핵으로 치환해 인위적으로 분열해 얻는다. 하지만 만들기 쉽지 않고 윤리적으로도 문제다. 성체줄기세포는 태아ㆍ제대혈ㆍ성인의 골수와 지방에서 채취하면 된다.

iPS는 성체세포를 배아세포로 다시 역분화해서 만들기에 윤리적인 문제를 극복했다. iPS를 만든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일본 교토대 교수는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iPS는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하기에 개인 맞춤형이나 인체에 적합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다만 iPS는 배아줄기세포의 특성을 지녔기에 암 발병을 줄이면서 특정 질환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에 중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의학 저널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지난달 14일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파킨슨병 환자의 피부세포를 iPS로 역분화한 뒤 중뇌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로 만들어 파킨슨병 환자에게 주입해 2년 만에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연구에 쓰인 iPS는 환자 자신의 몸에서 추출해 만들었기에 면역억제제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증명됐다. 연구를 진행한 김광수 하버드대 의대 제휴 맥린병원 분자신경생물학연구소 교수는 “환자의 파킨슨병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지만 iPS 치료 후 급속히 진행되던 병의 악화가 멈췄다”고 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iPS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iPS가 다양한 세포로 분화하기에 ‘만능줄기세포’로 불리는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성질을 가졌지만 과다 증식돼 종양(암)이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NEJM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종양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이용했기에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했다.

iPS 외에도 태아 중뇌 유래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도 20년 전부터 유럽이나 미국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돼 치료 효과가 크게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커다란 맹점이 있다. 1998년 이후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된 줄기세포는 사산아 5~6명의 중뇌를 1명의 환자에게만 이식해야 하므로 중뇌를 많이 얻을 수 없고 윤리적으로도 문제다.

이 때문에 필자는 한 명의 태아 중뇌에서 신경줄기세포를 추출ㆍ배양해 5,000~5만명의 파킨슨병 환자에게 넣어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윤리적인 문제를 최소화하고, 게다가 태아 줄기세포여서 종양이 생길 가능성도 없어 안전성도 확보했다.

필자는 이미 김광수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요하네스 슈바르츠 독일 뮌헨대 신경과 교수 등과 공동 연구해 신경줄기세포로 파킨슨병을 치료한 동물실험 결과를 2017년 ‘스템 셀즈 트랜슬레이션 메디컬(Stem Cells Transl Med.)’에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상섭ㆍ김주평 분당차병원 교수팀이 파킨슨병 환자 15명에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전(前)임상시험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파킨슨병 치료에 새 기원을 마련할  것이다.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뛰어나고 약값까지 저렴한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도 열릴 것이다.  덧붙여 줄기세포를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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