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심상치 않다

입력
2020.06.21 18:03
공주 등 충남은 물론, 서울과 호남까지 확산...감염경로는 오리무중


지난 15일 대전 다단계 판매업소 사무실과 교회 등을 중심으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집단감염(코로나19)이 세종과 충남 등 충청권은 물론, 서울과 전북, 광주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전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확진자가 또다른 확진자를 양성하는 등 'n차 감염'까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전날 모두 1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로써 지난 15일 이후 21일 오전까지 대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36명이 됐다. 증가세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36명 가운데 32명은 다단계업소와 역학관계가 있고, 4명은 교회 관련 확진자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번 확진 사태의 중심에 있는 대전 확진자의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대전 최초 감염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잠잠하던 대전의 감염 사태는 지난 15일 다단계 사무실 방문자 1명과 교회 목사 부부 등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기존 확진자가 다녀간 노인요양원과 온천 사우나시설, 교회, 사무실 등 여러 경로로 번지고 있다. 감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생활권이 인접한 세종과 충남 공주, 논산 등 충청권은 물론, 서울, 전북 전주, 광주까지 대전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15일 이후 21일 오전까지 대전발 코로나19 감염과 관련 있는 세종ㆍ충남지역 확진자는 9명이다. 지역별로는 세종과 충남 공주, 논산, 계룡이 각각 2명, 홍성 1명이다. 이 가운데 19일~21일 오전 대전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접촉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받은 뒤 확진 판정이 나온 사람만 5명에 달한다.

대전발 코로나19는 서울로도 번지고 있다. 서울 구로구 구로예스병원 입원 환자인 대전 거주 55세 여성이 18일 확진된 이후 이 여성과 한 병실을 쓴 30대 여성이 다음날 양성 판정을 받는 등 대전 확진자와 접촉 등을 통해 감염된 서울  확진자 3명이 발생했다.

호남권에서도 대전 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잇따라 나왔다.  17일 전북 전주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여고생과 20일 광주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20대 대학생은 모두 대전지역 50번째 확진자 등이 들렀던 전주시내 음식점을 비슷한 시간대에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20대 대학생의 여자친구(전북 익산)도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을 포함해 21일 오전까지 다단계업소 사무실과 교회를 중심으로 발생한 대전발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역학관계가 있는 타 지역 확진자는 모두 15명으로 파악됐다.

이번 대전지역 집단감염만 보면 다단계 방문판매 사무실 연관성이 90%를 넘지만, 최초 감염원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 확진자들이 신천지예수교회 교인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천지 관련 의혹이 나오기도 했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확진자들이 동선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는 것도 감염경로 파악에 지장을 주고 있다. 전주의 식당, 대전 서구 전자타운 등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곳은 기존 확진자 진술에서는 나오지 않은 동선상의 시설들이다.  실제 대전 50번 확진자는 역학조사과정에서 지난 12일 오후 1시 30분부터 6시까지 전북 전주에서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방문 판매 설명회장을 찾은 사실은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다만 최초 감염자가 누구든 지난달부터 서울ㆍ수도권 중심 코로나19 재유행과 연관된 리치웨이와 관련이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최초 감염원이나 경로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확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감염원과 감염경로를 파악해야 지역 사회 감염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

대전시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역학조사 비협조자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20일부터 2주간  '고강도 생활 속 거리두기'도 시행한다. 이 기간 체육시설과 공연장, 박물관, 도서관 등 150여개 공공시설은 운영을 중단한다. 소규모 종교시설이나 고위험 시설 등에 대해선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꼼꼼히 점검한다.

이강혁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은 "일부 확진자들이 이동경로를 밝히지 않아 역학조사에 혼선을 주고 있다"며 "확진자의 허위진술 등 역학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선 수사 의뢰, 구상권 청구 등 강력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김영헌 기자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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