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했다고 교회 재판 넘겨진 목사 “시대착오적 악법” 반발

입력
2020.06.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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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경기연회에 따르면 17일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31일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자로 나선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를 재판위원회에 기소했다.

당시 이 목사는 임모 목사, 김모 신부와 함께 성소수자 교인, 행사 참가자들에게 축복한다는 의미로 꽃잎을 뿌렸다. 이런 행동을 교단 내 다른 연회 구성원들이 문제 삼자,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조사를 거쳐 이 목사를 재판에 넘겼다.

기감 교단 헌법으로 볼 수 있는 ‘교리와 장정’ 재판법은 범과(犯過ㆍ잘못을 저지름)를 규정하고 있는데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가 이에 해당한다. 범과를 한 교역자는 정직, 면직 또는 출교 등 중징계에 처해진다.

이 목사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목사가 사회 약자인 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고 처벌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며 “교회 안에서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일이 많은데, 이번 사건을 통해 교회가 각성하고 회개하는 과정을 거쳐 변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판에는 성실히 임하되 재판과 별개로 감리교의 법이 분명히 악법이니 외부에 알리고 다른 목회자들과 이 부분을 고쳐나가는 운동도 벌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24일 서울 세종대로 감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 목사 기소를 두고 교계 내부에서는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이 목사와 함께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를 했던 임 목사와 김 신부는 소속 교단에서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2015년 교리와 장정의 동성애 관련 규정이 교단 내에서 별다른 공개 논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됐던 게 이번 기소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감 교단의 재판은 2심제다. 첫 재판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열릴 전망이다.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기소 시점에서 2개월 이내에 이 목사에 대한 1심 판결을 내야 한다. 당사자가 1심 결과에 불복할 경우 총회 재판위원회에서 2심 재판이 열리게 된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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