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혈서 쓴 이유요? ‘논의하고 싶으면 혈서라도 쓰고 와’ 하길래”

입력
2020.06.19 14:16
한양대 재학생 “등록금은 가계의 문제, 정부도 지원 나서야”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혈서를 쓴 대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학 측 비용 절감은 당연하다며 학생들에게 등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양대 사학과 재학생인 A씨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문제에 대해 논의 하자’는 얘기를 학교 측에 주장해 왔으나 ‘논의하고 싶으면 혈서라도 쓰고 와라’라는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혈서라도 써오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한양대 등록금의 경우 공대는 460만원선까지 내는 학과가 있고, 인문대는 390만원선까지 등 보통 400만원선 안에서 등록금을 낸다. A씨는 “얼마를 돌려 받아야 합리적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 학교 측과 서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학 측이 코로나19 이전 학기 중 사용한 비용과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비용이 얼마나 다른지 공개해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코로나19 전 대면 수업을 진행했을 때보다, 현재 비대면 수업 상황에서 대학 측 비용이 절감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러 학교들이 경비, 미화 노동 인력도 많이 감축했다”며 “실제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사용되는 전기세나 에어컨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단순히 학생들이 없었는데도 똑같이 운영됐다고 하는 건, 그리고 그것을 믿어달라고 얘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예산안을 가지고 코로나19 전과 후,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봐야 한다”며 “규모가 작은 학교는 코로나19 전과 (비용이) 같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국가가 등록금 문제에 대해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대학도 적절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대학생 개개인의 문제로 바라본다면 (정부 지원을)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다”며 “하지만 가계 비중에서 학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확인 한다면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통 1년에 1,000만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이 학생의 학비로 나가는 건데 이게 가계의 문제가 아닐 수가 없고 정부가 나서서 잡아야 될 문제가 아닐 수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17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혈서 인증 사진을 올리며 등록금 반환을 촉구했다. 이어 연세대, 중앙대 학생도 혈서 사진을 올리는 등 대학가에 ‘혈서 릴레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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