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 강의가 부실해지면서 등록금 반환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대학생 상당수는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재정을 통한 반환 지원에 반발하고 있다. 국민 세금이 아닌 대학 재정으로 반환하라는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세금 투입은 결국 미래 세대인 대학생이 짊어질 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대학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대학생 단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이해지 집행위원장은 1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학과 교육부가 4개월 동안 등록금 문제에 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면서 사태 해결이 지지부진하다”며 “교육부가 이번 사태에 분명 보완대책을 내놓아야 하지만, 등록금 반환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은 학생 의견을 더 수렴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 등 세금을 투입해 등록금을 반환 받는 것을 꺼리는 학생들이 그만큼 상당하다는 판단이다. 전대넷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에 상반기 등록금 반환을 위한 적극 대응을 촉구할 예정이다.
서울대, 한국외대 등 전국 20여 대학 학생들이 연대한 학생권익위원회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김위종 권익위 대표는 “등록금 반환 문제의 본질은 대학의 미흡한 코로나19 대처이기 때문에 대학 차원의 등록금 반환이 최선”이라며 “정치권은 대학생 호소를 당리당략에 끼워 팔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등록금 반환에 대한 세금 부담은 미래세대인 대학생에게 전가되는 만큼 편성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유롯 코로나대학생119 활동가 역시 “세금 투입으로 사학재벌의 배를 불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등록금 반환 논란에 대한 교육부의 해결책은 대학에 간접적인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올해 8,000억원 규모로 지원되는 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제한을 완화,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 반환을 유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전국 대학생 200만명이 1인당 10만원씩 받을 수 있도록 1,900억원 규모의 ‘긴금지원금’을 추경에 편성해 대학에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기획재정부 반대로 추경안에서 빠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정부가 무리하게 예산을 편성해 대학을 지원하기보다, 대학 관리감독을 강화해 등록금 반환을 유도하라고 입을 모은다. 유롯 활동가는 “대학 재정 실사를 통해 전입금 여력이 있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를 구분해 지원해야 한다”면서 “교육부는 대학별 재정 실사를 명확히하고 대학 지원을 결정하면 지원금이 진짜 학생들에게 쓰이는지, 등록금 환불에 관한 구체적인 방식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등록금 환불 권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위종 대표는 “교육부가 최소한 (등록금 반환에 관한)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권고안을 내려 대학이 움직이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등록금 반환 여부를 정부 재정지원사업 심사 점수에 반영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와 같은 감염병 상황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만큼 등록금 반환 규정을 명문화해 갈등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늘고 있다. 대학 온라인개강 직후인 지난 3월, 등록금 감액 규정이 없어 헌법상의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당했다고 교육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한 이다훈 인하대 학생은 “교육부는 예산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대학과 학생 간 중재 역할을 하고 등록금 감액 규정을 마련해서 앞으로의 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113개 대학이 연대한 전국총학생회협의회는 이달 중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등 3당 국회의원들과 ‘등록금 간담회’를 열고 반환 규정 입법화를 논의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동현 전국총학생회협의회 코로나19대응팀장은 “추후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이 닥쳤을 때 등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