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최근 숨진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고(故) 손모 소장이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의 돈을 부정관리 했다는 의혹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정의연은 길 할머니 양아들의 가족에도 “더 이상 손 소장의 삶을 폄훼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고 관련 언론 보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의연은 18일 밤 입장문을 내고 길 할머니의 양자 부부 주장을 근거로 한 일부 언론 보도를 향해 “고인과 길원옥 인권운동가, 정의기억연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일부 언론은 길 할머니의 양자인 황선희(61) 목사와 부인 조모씨의 주장을 인용해 길 할머니가 매달 받던 정부 지원금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으며 이를 알게 된 조씨가 소장 손씨에게 해명을 요구한 끝에 손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손씨는 2004년부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근무하며 약 16년간 길 할머니와 생활했다.
정의연은 길 할머니가 쉼터에서 요양보호사 4명의 돌봄을 받았으며 길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은 대부분 간병비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정의연 측은 “매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급되는 보조금만으로는 모자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추가 보조금을 지원했다”며 “2019년 한해만 (요양보호사들에게) 총 1,545만6,000원을 정대협 계좌에서 지급했다”고도 밝혔다.
정의연은 그러면서 오히려 황 목사 부부가 오랜 기간 길 할머니로부터 정기적으로 금전 지원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정의연은 “요양보호사들에 따르면 길 할머니는 양아들에게 정기적으로, 방문 시 혹은 특별한 요청에 따라 현금을 제공했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직접 방문이 어려워지자 손 소장이 양아들 은행 계좌로 송금하기도 했다. 6월 1일에는 두 차례에 걸쳐 3,000만원이 양아들에게 지급됐다”고 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한 길 할머니의 치매설도 반박했다. 정의연은 “일부 언론 보도대로 길 할머니가 이미 치매 상태라면 지난 5월 길 할머니의 도장과 주민등록증을 가져가 양자 등록을 한 황 목사의 행위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입장문에서 정의연은 길 할머니의 인권운동가로서 면모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의연은 “적극적인 기부활동으로 인권의 가치를 널리 퍼트리셨다”며 “할머니의 기부금은 공시에 별도로 표시되지 않았을 뿐 기부금 전체 금액에 포함돼 있고, 결산서류에 정확히 반영돼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