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광고비 갑질’ 혐의를 받는 애플이 제출한 '동의의결 신청' 관련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애플이 개선 및 피해 보상 의사를 표시한 데 대해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17일 전원회의에서 애플코리아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동의의결 제도는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거래 조건을 원상회복하고, 소비자나 거래상대방에 대한 피해구제를 약속하는 경우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사건을 종결하는 일종의 합의 제도다. 법 위반 사업자가 동의의결 절차를 거치면 과징금이나 고발 등 제재를 피할 수 있다.
현재 애플코리아는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아이폰 광고비와 무상수리 비용 등을 떠넘긴 ‘이익제공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특허권, 계약해지 등과 관련해 애플이 이통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조건을 설정하고, 이통사의 보조금 지급, 광고활동 등에 간섭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공정위는 2016년 6월 현장조사에 나선 뒤 2018년 4월 애플코리아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세 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를 진행하던 중 애플코리아가 동의의결을 신청(2019년 6월)한 것이다.
애플은 지난해 9월과 올해 5월 두 차례 공정위 심의 과정을 거쳐 거래관계 개선, 상생 도모 방안을 새로 내놓았다. 공정위는 5월 심의 당시 애플이 제시한 동의의결안 중 ‘상생 지원 방안’의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를 보완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다시 심의했다.
우선 애플은 광고비 갑질 등 이익제공 강요 행위와 관련해 이통사들의 부담을 줄이고, 비용을 분담할 협의 절차를 도입할 예정이다. 불이익 제공, 경영간섭 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담았다.
여기에 일정 금액의 상생지원기금도 마련해 △중소사업자 △프로그램 개발자 △소비자와의 상생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상생지원과 관련해 애플 측은 “교육분야와 중소사업자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고 한국 소비자들이 미래의 일자리를 준비하는 것을 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동의의결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위법행위에 대한 피해 구제 방안이 충분한지 뿐 아니라 공익에 부합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애플에 대해 ‘제재’ 대신 ‘합의안 수용’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시장에서는 ‘봐주기 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구체안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 관계 부처 등과의 협의 과정도 남아 있으며, 법적 절차가 엄격한 만큼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측은 단말기와 이동통신 시장이 변화가 빠르고 동태적인 시장이라는 점, 신속한 거래질서 개선이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여전히 “어떤 법 위반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애플측은 “관련 절차에서 벗어나 고객과 지역사회에 더 집중하려 한다”고 동의의결 배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송 국장은 “동의의결이 인정되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제도의 취지를 이야기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동의의결 절차에 돌입한 뒤 이해관계자와 관계 기관의 의견 수렴, 검찰총장과의 협의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애플과 이통사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 상생기금 규모 등 구체적 내용은 잠정 동의의결안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