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북한의 '행동 시계'… 김정은 나설까

입력
2020.06.19 01:00
군사 행동  결정권은 김 위원장에



북한의 ‘행동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첫 경고 이후 남북 통신선 차단은 5일, 두 번째 경고 이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3일이 소요됐다.

김 제1부부장은 앞으로 공을 북한군에 넘긴다고 한 상황. 북한군 최고 책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제쯤 대남 압박 전면에 나설지 주목된다.

북한은 18일 주요 인사를 내세운 대남 비난 담화를 내지 않았다. 전날 김 제1부부장,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북한군 총참모부 등이 나서서 대남 메시지를 쏟아낸 것과 대조된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낸 담화에 청와대가 17일 “무례한 어조”, “몰상식한 행위”라며 비판했으나 북한의 추가 반박은 없었다. 

북한의 반응은 ‘의도된 침묵’일 가능성이 높다. 전날 “앞으로 주고 받을 말은 없다”(장금철 부장)며 즉각적인 군사행동을 예고한 만큼 ‘강 대 강’ 대치로 치닫기 전 숨을 고르는 단계라는 분석이다. 실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날 정세론 해설에서 “(연락사무소 폭파는) 첫 시작에 불과하다”며 “구체적인 군사행동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는 군대의 발표를 (남측이) 신중히 대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군사행동 시기 결정권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쥐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이 4일부터 대남 압박전을 지휘하다가 13일 ‘이제 권한을 군에 넘기겠다’고 했는데, 군의 총책임자가 김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북한군 총참모부도 ‘개성ㆍ금강산 재주둔’과 같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 사항이라고 알렸다. 김 위원장은 중앙군사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지난 7일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 위원장이 향후 군사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북한 관영매체들이 알리는 방식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대남 압박 전면에 나서면 남북관계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남북이 단순히 ‘말 폭탄’을 주고 받는 것을 넘어 각종 군사 대치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향후 정상회담 등 협상 국면에 나설 때를 대비해 당분간 물러나 있을 거라는 해석도 있다. 이른바 ‘굿 캅’과 ‘배드 캅’ 전략을 쓰기 위해서다. 이럴 경우 김 위원장의 군사회의 주재 여부는 북한이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 건강 이상 문제 때문에 여동생 김 제1부부장이 다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가정보원 출신으로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의 등장은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상황 악화를 막으려면) 북한의 퇴로를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물리적으로 폭파하며 충격적인 카드를 쓰는 바람에 남북이 대치하게 됐지만, 향후 대화 국면 반전을 고려한 출구 전략도 마련해둬야 한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대남 군사 도발을 지휘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긴장을 누그러뜨릴 조치도 필요하다. 일단 대북전단 살포 규제만큼은 정부가 속도를 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북한이 최고 존엄인 김 위원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전단 문제 해결을 모든 메시지의 전제로 깔고 있는 만큼 우선 정부가 확실한 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문제가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가 서둘러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에서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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