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제이유(JU)그룹의 돈을 받았을까. 받았다면 돈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돈은 어떻게 전달됐을까.
검찰의 JU 정ㆍ관계 로비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흩어져 있던 모자이크 조각들이 하나 둘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JU 전 회장 주수도씨의 로비 목적은 세금 감면, 서해유전개발 사업 등에 대한 보호, 자신의 사면ㆍ복권 등이다. 그러나 인맥이 없던 주씨는 정치인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로비스트가 필요했다.
검찰은 17일 구속된 JU고문 한모(45)씨와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한정식집 '해림'의 여주인 송모씨, 법조계 인맥을 과시했던 전 JU프로모션 사외이사 이모(구속기소)씨 등이 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주씨가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염동연 통합신당 의원,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전 국회부의장),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 시민단체 대표인 서모 목사에 대한 자금전달에 개입했을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주씨는 이 전 의원과 관련, "사면ㆍ복권 및 세무조사 무마 목적으로 접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에게는 '장준하 기념사업회' 협찬금 명목으로 4억원 등이 전달됐으나 검찰은 이 돈의 제공에 대가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주씨와 이 전 의원 사이에 로비스트 중 한명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세무조사 관련 청탁을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주씨에게서 6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씨가 눈에 띈다. 검찰은 한씨가 주씨의 자금을 서씨에게 전달했다는 혐의에 우선 주목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정치인과 주씨를 연결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한씨의 범죄사실에 대해 소명이 어느 정도 됐다고 판단했고 한씨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신상우 KBO 총재에게는 송씨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송씨의 구속영장에서 주씨가 서해유전개발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송씨에게 4억여원을 건넸다고 명시했다.
신 총재도 송씨의 말을 듣고 관련 기관에 유전 사업 관련 문의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 총재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군산 앞바다를) 조금만 더 파면 석유가 나온다'는 송씨 말에 호기심이 생겨 문의해본 적이 있다"며 "그러나 사업성이 전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오히려 송씨에게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이 "송씨에게 돈이 간 것은 인정되나 알선 청탁 명목이었는지는 다퉈볼 여지가 있어 방어권보장 차원에서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혀 혐의 인정을 위해서는 검찰이 좀 더 품을 팔아야 한다.
주씨 등 JU 관계자들은 염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세금감면 로비를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염 의원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자금 전달 경위 등 보강 증거는 확보되지 못했다. 염 의원은 주씨의 자금 수수설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정치인들의 실제 청탁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나 국세청 관계자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징액을 결정했고 외부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진석기자 최영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