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7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집 앞에서 문 재판관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불법적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현실정치에 미치는 유튜브의 막대한 영향력이 확인된 가운데 자기 진영만 대변하는 유튜브 콘텐츠에 의존하는 정치권 행태가 극심해졌다. 여야 지도자들이 자정에 나서기는커녕 적극적으로 편승하니 악화일로다. ‘우리 편’ 말만 신뢰하고 불리한 정보와 주장은 '가짜' '조작'으로 일축하는 확증편향이 강화돼 사회 분열을 부추길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극우·보수 유튜브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불법계엄을 준비하면서 윤 대통령이 군 고위 인사 등을 설득하는 데 유튜브를 활용한 정황까지 검찰의 내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고 중국·좌파 혐오를 조장하는 특정 유튜브 채널 영상을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매주 수차례 보냈다는 곽 전 사령관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윤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지는 영상”이라는 설명도 첨부했다고 한다. 군에 부정선거론을 퍼뜨린 것도 문제이거니와 팩트 검증 기능이 없는 유튜브를 통치 수단으로 활용했다니 어이가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친야권 인사인 김어준씨와 이동형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최근 사흘 간격으로 출연했다. 계엄 정국 이후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은 이 대표가 지지층을 상대로 사실상 반쪽짜리 소통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언론이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는데 우리 쪽에 유리한 정보는 왜곡·조작하고 저쪽(국민의힘)은 미화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성보다 ‘내 편이냐 네 편이냐’로 언론을 평가하고 언론의 권력견제 기능을 위축시키는 위험한 언론관이다.
윤 대통령은 정권을 비판한 언론과 노골적으로 불화했고, 이 대표도 여러 차례 언론 불신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유튜브 편애는 결국 듣기 좋은 말만 듣고 자기 지지층만 상대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러니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폭력적인 정치 문화가 득세하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의 소임은 쓴소리를 경청하고 반대 세력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것이다. 분열과 갈등의 시대일수록 '정치는 설득과 타협의 예술'이라는 기본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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