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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오픈AI 살게" 141조 원 내밀자... 올트먼 "트위터를 팔라" 코웃음

입력
2025.02.11 15:48
수정
2025.02.11 16: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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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영리화 둘러싼 소송 이어 회사 인수 제안
올트먼 "트위터 살게"… 머스크 "사기꾼" 신경전

오픈AI를 공동 창업한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최고경영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오픈AI를 공동 창업한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최고경영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투자자 컨소시엄이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약 141조 원에 사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머스크는 오픈AI 영리화를 막겠다며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향후 법정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 인수 카드를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머스크 측은 이날 오픈AI 이사회에 비영리 단체 자산을 974억 달러(약 141조 원)에 매입하겠다는 제안서를 보냈다. 오픈AI는 전반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 비영리 모기업이 영리사업을 하는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인수 제안서에는 머스크가 소유한 인공지능(AI) 기업 xAI를 비롯해 자산운용사 배런 캐피털 그룹, 벤처캐피털 기업 에이트 파트너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제시한 인수가는 '시세'보다 크게 낮은 금액이다. WSJ는 "오픈AI는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최대 400억 달러(약 57조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3,000억 달러(약 436조 원)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머스크 측은 오픈AI가 협상에 응할 경우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의향도 있다는 입장이다.

머스크는 제안서에서 "이제 오픈AI는 오픈소스와 안전성에 중점을 둔 선한 영향력으로 돌아갈 때"라며 "우리는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머스크는 오픈AI가 '인류를 위한 AI 개발'이라는 본래 설립 취지를 저버렸다며 이 회사가 추진 중인 영리 기업 전환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냈는데, 이번 인수 제안도 소송의 연장선에서 오픈AI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앙숙 관계로 유명하다. 머스크는 올트먼과 함께 2015년 오픈AI를 공동 창업했지만 이후 주도권 다툼으로 사이가 멀어졌다. 머스크는 2018년 오픈AI 이사직을 사임하고 투자 지분을 모두 처분한 뒤 오픈AI에 맞서 xAI를 설립했다.

올트먼은 사회관계망서비스(X)를 통해 즉각 매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올트먼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다"며 "원한다면 우리가 트위터(현 엑스)를 97억4,000만 달러(약 14조1,000억 원)에 사겠다"고 역제안을 했다. 머스크가 제시한 인수가의 10분의 1 가격에 머스크가 소유한 기업을 사겠다고 비꼰 것이다. 올트먼의 도발에 머스크는 "사기꾼"(swindler)이라는 답글을 남기며 신경전을 벌였다.

올트먼이 오픈AI를 팔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만큼 인수 협상이 개시될 가능성은 없다. 다만 WSJ는 "머스크의 인수 제안이 오픈AI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이 회사의 자금 조달 계획에도 영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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