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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서 공짜로 받겠다"… 광주시, 한강 작가 책 카페 신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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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추진 중인 책 카페 신축 예정 부지(빨간 선).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중순 한강 작가의 유년 시절 거주했던 집터(노란 선)에서 20여m 떨어진 이 공터를 예비비 4억7,000만 원으로 매입했다.
광주광역시가 광주 출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책 카페 건립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천만 원대 설계 도서를 지역 건축 설계업체로부터 기부받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설계 도서가 기부금품의 모집·사용 및 기부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상 기부 금품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광주시는 "업체의 자유 의사에 따라 이뤄지는 설계 재능 기부"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뭔가 개운하지 않다"는 뒷말이 적지 않다.
광주시는 12일 지역 건축 설계업체 2곳과 책 카페 설계 재능 기부 업무 협약을 맺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광주시는 한강 작가가 유년기 거주했던 북구 중흥동 집터 인근 공터에 지상 4층 규모의 책 카페를 지을 예정인데, 두 업체는 공사에 필요한 기본 및 실시 설계 도서를 광주시에 무상 기탁한다는 게 협약의 골자다. 광주시는 이 업체들이 5월쯤 설계 도서를 기부하면 11억5,000만 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한 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12월 10일)에 맞춰 책 카페를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시 지난해 11월 말 이들 업체가 책 카페 설계 도서를 기부하겠다고 먼저 제안해 옴에 따라 내부 검토를 거쳐 수용했다. 기부금품법상 지방자치단체는 기탁자가 사용 용도와 목적을 지정해 자발적으로 금품을 기탁하면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이를 접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그러면서 행정안전부가 2017년 4월 설계 도서는 기부 금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행정안전부는 당시 기부금품법 질의 회신 사례집에서 "설계 도서 등 건축물 설계 용역에 따른 성과품은 일정한 금전적 가치를 가진 물품으로서 기부 금품에 해당해 기부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기부금품법이 지난해 7월 개정되면서 기부 금품 종류에 반대 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 물품 외에 이와 유사한 '금전적 가치를 갖는 물건'이 추가됐다. 같은 법 시행령에선 금전적 가치를 갖는 물건을 주식, 전자 화폐, 선불 카드, 유가 증권, 선불전전자지급수단으로 제한했다. 이는 기부 유형이 다양화하는 시대 변화와 그 수요가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설계 도서가 금전적 가치를 가진 물품이라는 행정안전부 판단이 여전하다면, 이는 현행 법령과 맞지 않아 기부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이 아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그렇게 생각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며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한 공개 경쟁 입찰로 설계 용역 업체를 선정하는) 조달 발주를 하면 될 일을 (왜 이렇게 하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책 카페 설계비를 5,000만~6,000만 원으로 추산하고도 올해 본예산에 설계비 1억 원을 확보한 데다, 예산 확보 이후 설계 재능 기부를 받겠다는 것도 석연찮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책 카페 신축 부지 매입을 둘러싼 적절성 시비도 덩달아 도마에 올랐다.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중순 책 카페 부지 148㎡(44.7평)를 예비비 4억7,000만 원으로 매입했다. 광주시는 당초 이곳에서 대각선으로 20여m 떨어진 한강 작가의 유년 시절 집터에 있는 2층짜리 건물을 사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자 포기했다. 광주시는 "책 카페 부지 인근에 한강 작가 모교인 효동초교가 있고,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주인공 '동호'의 실존 인물 문재학 열사도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점 등에 착안했다"고 부지 매입 배경을 설명했지만 "상징성이 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책 카페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추진하는 인문학 산책길 조성 사업의 거점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설계 도서를 기부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법적 검토를 더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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