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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교육 예산 지원했더니, 교육생에 일당 3만원만 주고 지원금 착복한 콜센터

입력
2025.02.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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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훈련지원금 예산 4조 원 집행
채용률 88%, 취업자 30.2% 3개월 내 퇴사
"교육생 근로자성 인정해야 채용률 높아질 것"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육생 제도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 현장.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제공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육생 제도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 현장.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제공

지난해 콜센터 업체 한 곳은 교육생 1명당 하루 5만3,920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직업 훈련을 실시하는 사업주에게 정부가 세금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그런데 이 업체는 하루 8시간씩 직무를 수행(교육 이수)한 교육생에겐 일당 3~4만 원만 지급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6일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육생 제도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노동자 취업 지원과 직무교육을 위한 정책자금이 실제 노동자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한 채 기업 인건비 보조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을 비판했다.

지난 10년(2015~2024년)간 정부의 '사업주 직업능력 개발훈련 지원금' 예산이 4조1,112억 원 집행됐지만, 직업 훈련을 받고 실제 취업한 교육생은 88% 수준에 머물렀다. 또 취업에 성공한 교육생의 30%는 3개월 내 회사를 그만뒀다.

해당 지원금은 사업주가 근로자, 채용예정자(교육생), 구직자 등을 대상으로 직업능력 개발훈련을 실시할 경우 훈련비 등 소요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사설 학원처럼 보편적 기술이나 지식을 자유롭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회사에 필요한 직무교육을 지원한다. 지원금은 통상 교육생이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기업에 지급된다.

고용노동부가 노노모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지원금을 받아간 업체 수는 총 117만2,192개였다.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육생은 53만2,139명이었는데 실제 채용까지 이어진 경우는 88.5%(47만1,410명)다.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마친 뒤 취업에 성공한 교육생들의 30.2%는 채용 3개월 이내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들의 평균 근속일 수는 37.8일 수준이었다.

하은성 노노모 공인노무사는 교육생 취업률이 88% 수준에 그친 것에 대해 "교육생에게 직무교육을 명분으로 일을 시킨 뒤 채용에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해고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훈련지원금은 교육생들이 교육 이수를 모두 마친 뒤 사측에 지급되는데, 교육 과정을 모두 이수한 교육생이 스스로 취업을 포기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하 노무사는 "일부 업체는 교육생들에게 최저임금도 안 되는 교육비를 지급해 정부 지원금 차액까지 챙기는 꼼수를 부렸다"며 제도 악용 사례를 지적했다.

노노모는 훈련지원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회사의 통제 속에서 해당 회사 직무수행을 위한 교육을 받았다면 노동자성을 인정하자는 입장이다. 현재 교육생들은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4대 보험료 대신 3.3%의 사업소득세를 떼는 대표적인 '가짜 사장님'으로 불린다.

하 노무사는 "교육생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교육을 마친 뒤 사업주 말 한마디에 채용이 불발되는 부당해고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며 "훈련지원금이 회사 인건비 감축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고 실제 교육생의 직무능력 향상과 취업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훈련지원금을 받아간 업체들의 급여와 복지제도 등 노동환경 개선을 감독해 교육생들이 다시 실직 상태로 내몰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토론회에서 "국민 안전을 담당하는 인천공항 특수경비원·보안검색요원조차 교육생 제도가 도입돼 3개월간 무급으로 일하는 상"이라며 "사회 전반으로 퍼져가는 교육생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고용부가 행정해석을 변경해 교육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주 훈련지원금이 지급되는 현장에서 노동자가 불이익 받는 사례가 없도록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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