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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혁신상은 공공기관의 생색내기용' 스타트업 투자유치에 도움 안돼

입력
2025.01.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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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미국의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수여하는 혁신상이 신생기업(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CES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하는 행사로, 우수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 참가 기업을 선정해 혁신상을 수여한다. 지난 1월 7~10일(현지시간) 열린 CES 2025 행사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4,500여 기업이 참여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2일 발표한 'CES 2024 혁신상 그 이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 116개사의 1년간 투자 유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 18.1%인 21개 기업이 투자를 받았다. 이 가운데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한 곳은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는 고레로보틱스 단 한 곳 뿐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말 일본 벤처투자사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SBVA)와 IBK기업은행 등에서 57억 원을 투자 받았다.

지난해 CES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 중 투자를 받은 기업의 사업 분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지난해 CES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 중 투자를 받은 기업의 사업 분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지난해 CES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들 가운데 기술 및 제품 개발을 위해 투자 유치가 필요한 시리즈 A 미만의 초기 스타트업이 72.4%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투자를 받은 곳은 수상 기업 5곳 중 1개도 되지 않아 CES 참가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이 같은 원인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참가 기업의 옥석 가리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즉 정부와 공공기관이 지원 스타트업 위주로 수상 실적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다 보니 CES 혁신상 수상 결과가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보다 국내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이지영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생색내기용으로 참가 기업과 수상 기업 숫자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참여 기업 숫자와 수상 기업 숫자가 도움이 되는 것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 뿐"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스타트업 위주로 CES 참가업체를 꾸리기 보다 투자 유치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선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무조건 숫자를 늘리는 일자리 창출 정책과 다르다"며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공공기관이 실적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우수한 스타트업을 선별해 CES에 데려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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