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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쇼크에 2% 턱걸이한 작년 성장률… 올해도 암울한 전망만

입력
2025.01.23 18:00
수정
2025.01.23 19:4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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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GDP 0.1% 성장에 그쳐
기대만큼 못 살아난 민간 소비에
예상보다 더 부진했던 건설 경기
성장 둔화 계속되는 올해 1%대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연합뉴스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 경제가 전년보다 2.0%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하반기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이던 민간 소비가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다시 주저앉았고, 건설 경기 부진도 예상보다 더 길어진 영향이 컸다. 올 1분기에도 이렇다 할 전환점은 보이지 않아 올해 성장 속도는 더 느려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3일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1% 증가했다고 속보치를 발표했다. 1분기 성장률은 1.3%로,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앞서 2년 꼬박 분기 성장률이 1%를 넘지 못하다 '깜짝 실적'을 낸 것이다. 하지만 2분기 마이너스(-)0.2%로 고꾸라지더니, 3분기 0.1%로 겨우 역성장을 면했다. 그럼에도 3분기 플러스 전환을 발판으로 4분기 0.5%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기대는 깨졌다. 결국 연간 성장률도 한은의 11월 전망치(2.2%)를 하회하며 2%대에 턱걸이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소비·건설 동력 잃은 12월, 연간 성장률 끌어 내렸다

4분기 성장률(0.1%)이 전망치(0.5%)보다 크게 떨어진 타격이 컸다. 한은이 애초에 너무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는 지적에 한은은 "전망 실패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비상계엄 선포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12월 경제 상황을 완전히 뒤흔든 탓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0.4%포인트의 격차가 모두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4분기에 고물가 부담이 다소 완화하면서 내수 회복을 예상했고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0.5%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봤으나, 실제 증가율(0.2%)은 반토막에도 못 미쳤다. 불법계엄 이후 얼어붙은 소비·경제 심리가 현실화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얘기다.

예상보다 더 악화한 건설 경기도 악재가 됐다. 4분기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3.2% 역성장했다. 2022년 레고랜드 채권 사태로 시작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로 건설 수주와 착공이 지연된 파장은 지난해에도 건설경기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12월에는 아파트 분양실적이 당초 계획을 밑도는 등 소비와 건설투자 위축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가계대출 급증을 우려한 정부의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방안이 부동산 투자심리를 압박했고, 건설업체는 인건비와 공사원가 상승 등의 부담으로 공사 계획을 미루는 등 총체적 난국을 맞았다.

다행스러운 건 수출은 양호했다는 점이다. 4분기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1.6% 성장했다. 연간으로도 수출 성장률은 3.6%에서 6.9%로 증가폭이 확대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최저 1.6% 전망된 올해… 추경·트럼프 정책 등 대내외 변수

문제는 올해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소비 부진은 이어지고 부동산 매매는 급감하는 사이, 고환율 부담이 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형국이다. 앞서 20일 한은이 이례적으로 정기 발표일 외에 실질 GDP 성장률 전망 수정치를 발표한 것은 이런 경제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올해 전망치를 1.9%에서 1.6~1.7%로 낮춰 잡으면서, 통화정책 외에 재정정책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정치적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돼 소비 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면 성장률이 올라갈 여지는 남아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의 관세정책 향방에 따라서도 성장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관세 조정이 된다면 전반적인 수출 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업종에 따라 수혜를 입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한은은 짚었다. 신 국장은 "정부 재정의 신속 집행이나 추경 편성 등이 빠르게 가시화돼 소비심리 위축이나 건설투자 부진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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