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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은 망국의 책임자인가, 제국주의 피해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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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스스로 황제라 칭하고 대한제국을 수립하는 것에 대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알려진 정치가 윤치호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60여 년에 걸쳐 쓴 일기 ‘윤치호일기’에 “전 세계 역사상 이보다 수치스러운 황제의 칭호가 있을까”라고 적으며 정부의 노력을 평가절하했다. 프랑스에서 온 선교사 귀스타브 뮈텔도 비판적이었다. “어쨌든 조선은 독립국으로 머물러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시간문제다.” 그가 ‘뮈텔주교일기’에 쓴 글이다. 반면 황희 정승의 후손인 재야 학자 황현은 역사서 ‘매천야록’에서 주권국가인 조선이 제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당성을 강조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쓴 ‘그들의 대한제국 1897~1910’은 이처럼 대한제국의 탄생에서 소멸까지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앞서 열거한 세 명 외에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에서 활동했고 역사서 ‘대한계년사’를 쓴 정교, ‘하재일기’를 남긴 평민 출신 상공인 지규식까지 서로 다른 입장에 있었던 다섯 명의 관점이 교차한다. 아관파천, 러일전쟁, 을사늑약,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경술국치 등 대한제국의 역사를 이들의 기록을 통해 연대기적으로 다시 들여다본다. 당대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각종 신문 자료 등의 기록도 곳곳에 담겼다.
저자는 일제가 편찬한 ‘고종실록’ ‘순종실록’이나 특정 역사학자의 주장에 함몰되지 않고 보다 주체적으로 당시를 통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설명한다. 대한제국은 무기력한 망국의 책임자였을까, 아니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근대화를 위해 애쓴 제국주의 시대의 피해자였을까. 저자는 이분법적 해석이나 인과론적이고 목적론적인 설명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대적 맥락에서 역사를 성찰해볼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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