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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이 잘못일 수 없다"... 예고된 尹 정권의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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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검찰공화국'이란 사실은 정부와 국회 구성원의 면면만 살펴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현직 검사들을 개인의 전문성과 전혀 관계없는 대통령실 요직이나 장관 등 고위직에 임명해 왔다. 검사 출신 김홍일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게 대표적이다. 국회 사정도 다르지 않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검사 출신 35명이 출마해 18명이 배지를 달았다. 2,200여 명에 불과한 대한민국 검사가 전체 국회의원의 6%를 차지한다. 직군별로 의원들을 구분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치다.
책 '검사의 탄생'은 검사 출신 인사들이 "타협과 조정이 필요한 정치와 정책의 영역에 과잉 대표되는" 현실을 우려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국가 운영이 검찰의 습성대로 오로지 합법과 불법을 따지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어서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2022년 안전운임제를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다 파업에 돌입하자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 해결 노력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계가 집단행동에 나서자 사회적 논의 대신 의사 면허 정지를 들이밀며 압박했다.
저자인 '검찰연구모임 리셋'은 법학자(오병두, 한상희), 변호사(백민, 백승헌, 전수진), 시민사회 활동가(이재근), 기자(이춘재, 정은주) 등 8명의 모임이다. 책은 검사들이 포진한 정권에 대해 이들이 수년간 공부하고 토론한 내용을 질의응답 방식으로 엮은 검찰 개혁서다. 12·3 불법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탈고됐지만 '검사 정치'에 대한 서늘한 경고를 담아 현재를 예견한 듯하다.
"검사는 남들이 모르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략) 검사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듯이 옳은 정책도, 사안의 핵심도 검사 출신인 내가 알고 있다고 믿는 거죠. 진실을 알고 있으니까 내가 하는 일이 잘못일 수가 없다는 믿음이 강해요." (오병두 홍익대 법대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사고방식의 특징이) 자기 권한이면 모든 걸 하려고 한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형식적 법치만 생각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승만 대통령(45건)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21건)를 모두 더해도 윤 대통령(25건)보다 적다.
수사와 기소라는 막강한 권한을 양손에 쥔 검찰의 정치화는 제도적 필연이다. 저자들은 검찰공화국에서 벗어나려면 검찰의 과잉 권한을 축소하고(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직과 권한을 확대하는 등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추천의 글에서 "제도는 늘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대상이며, 발전이 멈춘 제도는 그 자체의 함정에 빠져버린다"며 "개혁은 지금까지의 잘못을 추궁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온 국민이 검사 정치의 폐해를 목도한 현 시점에 꼭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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