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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국무회의 '위법' 인정한 한덕수 "실체적·절차적 하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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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는 시작부터 끝까지 '불법'으로 점철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절차적, 실질적 하자가 있었다"며 "(정당한) 국무회의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번 불법 비상계엄이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한 채 진행됐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불법 계엄을 막아서지 못했다. 무책임하고 무기력했던 국무위원들은 본회의장에서 기립해 "국민들에 송구하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지만, 너무 늦은 후회였다.
한 총리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계엄 직전 국무회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묻는 야당 의원들 질의에 "국무회의가 갑자기 이뤄져, 계엄을 논의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사전적인 준비가 매우 부족했다"며 "정식 국무회의라고 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 총리와 국무위원들 설명에 따르면 3일 밤 계엄 국무회의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요식행위'에 그쳤다. 한 총리는 3일 오후 8시 40분쯤 윤 대통령의 계엄 소식을 전해 듣고 국무위원들과 함께 윤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오후 9시쯤 회의를 부랴부랴 소집했다. 그러나 개회선언과 종료선언도 이뤄지지 않았고, 계엄 안건에 관한 국방부 장관의 사전 보고도 없었다. 한 총리는 "(계엄 안건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정식 건의도, 정식 심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국법상의 행위에 대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함께 문서에 서명하는 '부서(副署)'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첫마디가 '누구와도 의논하지 않았다'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2~3분 정도 회의실에 있었다. '회의를 마친다'는 선언도 없이 잠시 들어왔다 나갔고, 앉아계신 분들이 (대통령이) 어디 간거냐고 당황해하는 사이 누군가 휴대전화로 (담화를) 틀었다. 그때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는 육성이 흘러나왔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에 우려를 표하며, 반대하자 윤 대통령이 급발진해 기자회견장으로 향한 것이다. 10시 17분부터 10시 22분까지 단 5분만에 국무회의는 종료됐다.
국무회의 속기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날 행정안전부는 대통령비서실로부터 받은 국무회의 자료를 공개했지만, '비상계엄 선포'라는 안건 제목과 짤막한 제안 이유 이외에 회의록은 없었다.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윤 대통령의 폭주를 막아서지 못해 "후회한다", "죄책감을 느낀다"고 뒤늦게 고개를 숙였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불법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의결정족수를 채워졌다는 점에서 내란 공범을 볼수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한 총리는 "내란 공범은 아니다"고 적극 반박했다. 나머지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박성재 법무 장관은 윤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할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제 코가 석자"라고 말해 실소를 자아냈다.
'대통령 앞에서 명시적으로 반대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라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요구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2명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한 총리는 "국무위원들 모두가 걱정하면서 모여서 전부 다 반대 의견을 이야기했고, 이것을 반드시 대통령 앞에서 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야당 의원들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변명"이라고 몰아세웠다. "국무위원 중 단 한 명이라도 직을 걸고 반대하지 않았고 입으로만 반대했다", "윤 대통령 손목, 발목 잡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몸으로 막아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국민들에게 백배사죄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을 허리를 숙인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를 두고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 행위"라며 법률적으로 내란죄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엄호에 나서 비판을 받았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전두환이냐"는 야유가 쏟아졌고, 우원식 국회의장도 "군인이 국회에 총을 들고 왔는데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그게 할말이냐"고 크게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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