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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교수들도 "즉각 탄핵하라"... 과학계 시국선언 동참 이어져

입력
2024.12.11 16:08
수정
2024.12.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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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군사반란' 날짜에 맞춰
교수·학생 공동 시국선언 예고
포스텍 개교 후 첫 시국선언도
과학계서 커지는 규탄 목소리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시민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시민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교수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것을 계기로, 정치적 발언을 삼가던 과학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4일로 예정된 국회의 2차 탄핵 표결을 앞두고 과학계의 시국선언 동참이 더욱 활발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UNIST 교수·노조·대학원생·학부생 연합 행동’은 성명을 내고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이 발생했던 오는 12일 오후 울산 UNIST 본부 앞 광장에 모여 시국선언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신군부의 군사반란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 역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조하려는 의도다. 이날 성명에는 교수 183명과 대학원생 336명, 학부생 283명 등 총 888명이 참여했다.

UNIST 구성원들은 이날 “국회는 즉각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내란죄에 연루된 인사를 신속히 수사해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UNIST 교수들은 “대한민국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의 권한을 하나의 당에 위임하는 조항은 없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은 제멋대로 거래하는 사유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 운영을 여당과 국무총리에 일임한다고 밝힌 데 대한 비판이다. 교수들은 또 탄핵 표결에 불참한 여당을 향해 “투표로 뽑힌 국민의 대리인이 국민의 눈앞에서 투표를 거부한 것은 대통령이 내란을 주도하고 국회의원이 헌법을 파괴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UNIST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2016년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두 번째다. UNIST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인 송현곤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는 “계엄 이전부터 시국선언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를 해오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필요성이 분명해져 본격 추진하게 됐다”며 “교수들끼리 추진하던 중 학생, 노조와 연락이 닿아 더 큰 영향력을 위해 함께 공개 선언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와 국회 탄핵 부결의 여파로 침묵하던 과학계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교수 326명이 시국선언을 했고, 10일에는 포스텍 교수 40여 명이 개교 후 첫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과학기술계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특히 과학기술원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기관이라 평소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발언을 삼가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기관의 이익을 뛰어넘은 국가적 중대사라는 인식이 연구자들을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UNIST 교수 시국선언 전문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라>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민주주의 역사를 돌아본다. 지난 과거의 계엄령과 총칼로 무장한 국가 폭력을 기억한다. 독재자의 광기 속에서 짓밟혀 왔던 우리의 민주주의, 그 군홧발 아래에서 피 흘리며 지켜 왔던 우리의 민주주의가 생생히 떠오른다. 우리는 지금 어느 시간에 있는가? 지난 3일, 우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탐하여 마침내 반란을 기도한 민주주의 파괴자 윤석열의 민낯을 보았다. 윤석열은 학살자 전두환의 전철을 밟으려 하는가?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헌법의 가치를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기초한 공화국이며 국가의 권력은 국민이 합의한 헌법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의 권한을 하나의 당이나 당대표에게 위임하는 조항은 없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은 제멋대로 넘기고 거래하는 사유물이 아니다. “국민의 힘”은 헌법을 파괴하려 하는가?
지난 7일, 우리는 대통령 권력의 위임이라는 희대의 밀실 야합에 기대어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정치 무리를 보았다. 투표로 뽑힌 국민의 대리인이 국민의 눈앞에서 투표를 거부하였다. 엄중한 “국민의 힘”을 참칭하고서 그 힘을 멋대로 팔아넘겼다. 우리는 그들이 국가적 범죄를 비호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와 헌법의 가치에 근거하여 엄숙히 선언한다. 반헌법적 비상계엄령은 우리 국민과 국가를 향한 내란 시도이다. 임의로 대통령 권한을 나눠 가지려는 야합 또한 대한민국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대통령이 내란을 주도하고 국회의원이 헌법을 파괴하는 작금의 행태를 우리는 직접 목도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는 숭고한 노동의 땀과 뜨거운 저항의 피로 지금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들어왔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짓밟고 왕이 되고자 하는 독재자와 헌법을 파괴해 가며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정치 무리를 더는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윤석열에 대한 즉각적인 탄핵을 시행하여, 지체 없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헌법 질서를 바로 세울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엄숙히 명령한다.
하나,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즉각 탄핵하라!!하나, 국민의 힘은 헌법 파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내란죄에 연루된 인사 모두를 신속히 수사하고 엄벌하라!!

2024년 12월 12일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UNIST 교수 일동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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