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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명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명(命)함

입력
2024.12.11 1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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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식물이어도 문제, 거부하면 더 문제
1분, 1초라도 빠른 퇴진만이 ‘질서’
더 재지 말고 14일 탄핵 찬성하시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7 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의 투표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재의투표 직후 본회의장을 퇴장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했다. 20241207 고영권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7 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의 투표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재의투표 직후 본회의장을 퇴장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했다. 20241207 고영권 기자


그날(7일), ‘김건희 특검법’을 부결시킨 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참여를 거부하고 국회 본회의장을 줄지어 빠져나가던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정을 기억한다. 당당했고, 부끄러움은 없었다. 불법계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45년 이상 되돌린 치욕적 사건이다.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눴고,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국회를 짓밟으려 했다. 그래도 탄핵은 못하겠다고 했다.

탄핵 찬성이 보수 궤멸로 이어진 2016년 트라우마를 들먹인다. 가슴에 손을 얹고 답해보시라. 그게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조문(제46조2항)에 부합하는 명분인가. 이러고도 내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고, 다음에도 표를 달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나.

하긴, 그게 가능하다고 직접 실토하는 이도 있다. ‘친윤’ 윤상현 의원은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는 후배 의원에게 “내가 박근혜 탄핵 반대해 봤다. 내일, 모레,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고 조언했단다. 유권자에 대한 모독도 이런 모독이 없다.

한동훈 대표는 탄핵 대신 한덕수 총리와 손을 잡고 ‘질서 있는 퇴진’을 말했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는 말을 탄핵 찬성으로 이해했던 순진한 국민의 뒤통수를 보기 좋게 내리쳤다. 그래 놓고 내년 2, 3월 하야를 로드맵이랍시고 내놓았다. 총으로 무장한 군인을 동원해 본인을 체포하려던 인물에게 아량이 참 넓다 싶다.

이대로 3, 4개월을 식물대통령 체제로 가자고? 상상해 보시라. 미국 정권이 교체되는 중차대한 시기에 정상외교는 언감생심이고, 북이 언제 도발할지 모르는데 내란 수괴 피의자가 군통수권자로 남아있어야 하고, 인사권 마비로 여기저기 구멍 난 자리는 메울 수조차 없고, 올스톱된 경제에 국민들의 비명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누굴 위한 3, 4개월인가. 그들이 말하는 질서가 이런 아노미인가.

더 우려되는 건 식물이길 거부하는 경우다. 지식인을 자처하는 이들이 한결같이 계엄은 그저 괴담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그걸 현실로 만들었다. 벼랑 끝에 놓인 지금 무슨 엄청난 일을 또 벌일지 이젠 정말 누구도 모른다. 구속이 돼도 옥중통치를 할 거란 얘기까지 나온다. 시한폭탄도 이런 시한폭탄이 없다.

답은 단 1분, 1초라도 빨리 그를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뿐이다. 자진 하야가 아니라면 직무정지를 할 수 있는 건 헌법에 규정된 탄핵 외에 없다. 질서 있는 퇴진은 당리당략에 따른 시간벌기가 아니라 조속한 퇴진 이후의 혼란 최소화 로드맵을 말하는 것이어야 한다.

14일 다시 표결이다. 108명 국민의힘 의원 중 탄핵 찬성 의견을 밝힌 의원은 한명 한명 늘어 11일 오후 현재까지 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김재섭 의원 5명이다. 탄핵을 위해선 아직 3명이 더 필요하다. 솔직히 남은 103명 국민의힘 의원 모두에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한 18명에게는 최소한의 상식이 있다고 본다. 계엄은 위헌이라 해제했지만 탄핵은 안 된다는 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어느 연예인의 조롱거리 해명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상식과 양심이 있는 의원이 3명은 더 있을 거라 믿어본다. 당지도부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기 위해 한 번은 부결시켰다는 어느 의원의 전언에도 희망을 갖는다. 14일을 넘기면 또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국민은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이리저리 재고 따지다 더 큰 후폭풍을 맞기 전에 탄핵 찬성을 하시라. 국민을 대신해(당신이 뭔데 국민 뜻 운운하느냐고 힐난은 마시길. 탄핵 찬성 여론이 이미 74%다) 집권여당 의원들에게 내리는 엄중한 명령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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