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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가 사막을 만났을 때… 궁금하면 돈, 돈,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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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의 물결이 닝샤(寧夏)로 접어든다. 소수민족인 후이족(回族) 자치구다. 북방 유목 지역과 중원을 잇는 십자로에 위치한다. 예로부터 변경 북쪽인 새북(塞北) 4성 중 하나였다. 신중국 건국 후 행정체제 재편으로 철폐된다. 분리되고 통합되거나 사라졌다. 면적이 줄어들더니 1958년 소수민족 자치구로 등장한다. 5개 자치구 중 가장 작은 규모다. 실크로드를 따라왔다가 머물고 살아온 민족이다. 자치구의 서쪽 도시인 중웨이(中衛)로 들어선다.
황하를 따라가다 널찍하고 한가로운 6차선 도로를 달린다. 가로등과 태양광 시설이 보이고 이글거리는 사막 기운이 서서히 다가온다. 몽골족이 신성시하는 탕그리(Tangri·騰格里) 사막의 남단과 연결돼 있다. 사파두(沙坡頭)다. 사막과 황하가 만나는 지점이라 독특한 여행지로 유명하다. 관광코스도 두 부분으로 나눈다. 입장권을 사면 두 곳 모두 즐길 수 있다. 셔틀버스를 포함해 120위안(2만4,000원)이다. 먼저 사막구로 간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사막이 만났다. 모래 위에 듬성듬성 놀이기구를 만들었다. 비행접시처럼 생기고 하늘로 올라가서 한 바퀴 도는 기구가 사막을 주름잡고 있다. 비천(飛天)이라 부른다. 멀리 전체를 감상하려는 사람이 꽤 있다. 인당 60위안이다. 사막을 달리는 차량도 다양하다. 빠르게 사막을 뛰어넘는 지프차, 탱크처럼 생겨 파도를 타는 듯한 서핑카, 일인용 오토바이도 있다. 탈 때마다 100위안씩이다.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60세 넘으면 그저 바라볼 뿐이다. 노인을 위한 질주는 없다.
낙타도 100위안이다. 줄이 엄청 길다. 사람이나 낙타나 아주 많다. 사막을 천천히 걷는 낙타를 타고 되돌아오는 시간보다 더 기다려야 한다. 고삐를 잡고 6명을 한 팀으로 태우고 간다. 뙤약볕을 능숙하게 참고 걷는다. 여행은 고충을 참고서라도 즐겨야 추억이 된다. 사막과 낙타의 앙상블을 바라보는 일도 나쁘지 않다. 모래의 열기가 신발을 뚫어도 시선은 자꾸 사막을 담으려 한다.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니 사막에 오면 푹 빠진다.
셔틀버스를 타고 도로를 가로질러 황하구로 이동한다. 모래와 강물이 만나는 모습이라니 기대만발이다. 사막 끝자락에 낭떠러지로 이어진다. 아래로 모래만큼 누런 황하가 흐른다. 서로 자리를 차지해 인증하려는 조각상이 있다. 당나라 시인 왕유다. 어른이나 아이나 열광한다. 중학교 2학년 어문 교과서에 실린 당시오수(唐詩五首) 중 하나가 새겨져 있다. 군사를 위무하라는 임무를 받고 변경으로 가는 심정을 적은 사지새상(使至塞上)이다. "한없이 펼쳐진 사막에 한줄기 연기 피어나고(大漠孤煙直), 길고 긴 황하에 둥근 해 떨어지네(長河落日圓)." 40글자 중 한 대목이다.
모래언덕의 경사가 40도는 돼 보인다. 푹신한 모래가 완충작용을 하니 뛸 듯이 달리면 쉽게 내려올 수 있다. 오르려면 장난이 아니다. 50위안이면 케이블카 타고 금방 올라갈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도 제공한다. 집라인을 즐길 수도 있다. 황하 위를 날아다닌다. 강을 건너는 유리 다리, 번지점프도 있다. 유람선도 둥둥 떠다닌다. 자연을 제외한 기구는 다 비용이다. 사막과 황하를 모두 즐기며 놀이기구도 타면 꽤 시간이 걸린다. 하루 종일 시간 보내도 좋은 놀이터다.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 강변에 가니 돈 쓸 일이 또 보인다.
황하의 명물인 양피뗏목(羊皮筏子)이다. 양가죽을 봉제해 공기를 삽입하면 붕붕 뜬다. 고대부터 양은 살신성인을 당했다. 거낭(革囊)이라 불리며 교통 및 전투에 활용됐다. 한나라, 당나라, 송나라 시대 기록에도 자주 등장한다. 쿠빌라이도 대리국을 정벌할 때 활용했다. 청나라 강희제 시대 발생한 서북 반란의 토벌 대장 왕진보도 양을 타고 황하를 건넜다.
놀이기구로 변모한 양가죽은 아무리 튼튼하게 깁고 묶었다 해도 위험해 보인다. 강변 끝에 붙어 약 100m를 떠내려온다. 아슬아슬해 보이는데도 줄줄이 차례를 기다려 올라탄다. 양을 10마리 이상 잡아야 배 한 척이 된다. 가죽으로 환생한 양은 긴 수명을 산다. 인부가 고이 모시고 짊어진 채 차량으로 옮긴다. 다시 출발해야 하니까. 120위안이다. 물의 신이나 용왕을 알현하는 비용이니 저렴하다고 해야 하나.
시내에 위치한 사원으로 간다. 삼교합일(三教合一)을 담은 3층 높이의 고묘(高廟)다. 명나라 초기 영락제 시대에 처음 세웠다. 청나라 강희제와 건륭제 시대에 잇따라 강력한 지진으로 붕괴됐다. 화재가 잦았고 중건을 거듭했다. 고증을 거쳐 1946년 지금의 자태로 보수해 고묘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시에 경험 많은 미장이 3명이 공사에 참여했다. 스승과 제자 사이로 모두 청각 장애인이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패방 사이로 보안사(保安寺)가 보인다. 위쪽이 고묘다. 전체를 고묘보안사라 부른다.
2층 구조의 산문이 웅장하다. 담장과 지붕은 회색이고 대문과 편액은 붉은 색깔이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유불선 모두 함께 빛난다는 삼교동휘(三教同輝)도 산뜻하다. 담장 양쪽의 벽면에 새긴 조각 공예가 대비된다. 오른쪽(동쪽)은 어른 사자와 새끼 사자가 공을 굴리며 노는 태사소사(太獅少獅)다. 후손이 번창하라는 뜻이다. 왼쪽은 수많은 새가 봉황을 뒤따른다는 백조조봉(百鳥朝鳳)이다. 덕성이 높아야 뭇사람이 따른다는 뜻이다. 인성을 갖추고 가문을 빛내라는 메시지다.
평지가 아닌 능선에 지은 사원이다. 천왕전을 시작으로 오르막길이다. 둥글고 네모난 기둥이 겹겹이 붙었다. 조그맣게 들보에 새긴 삼교동원(三教同源)도 분명한 선언으로 읽힌다. 사대천왕의 호위를 받는 미륵보살이 불룩한 배를 드러내고 앉아 있다. 부처의 가르침이 중생의 마음에 오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정법구주(正法久住)가 또렷하다. 호법 장군인 위태보살이 등을 맞대고 서 있다. 감응삼주(感應三洲)가 걸려 있다. 수미산 바깥 사주 중 불법이 이미 널리 퍼진 삼주 어디라도 달려간다는 뜻이다.
천왕전 왼쪽에 오백나한당(五百羅漢堂)이 있다. 관음보살, 지장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등과 함께 500명의 나한이 조각돼 있다. 깨달음을 얻어 최고의 경지에 오른 수행자를 이른다. 모두 서로 다른 모습과 인상이다. 16나한, 18나한도 모자라 500나한을 그리거나 새기려면 몇 배로 힘들다. 부처의 가르침을 얻어 수행하는 중생이 무한하다 말하는 듯하다.
천왕전 오른쪽에 지옥궁(地獄宮)이 있다. 온갖 악행을 징벌하는 지옥의 형상이 만들어져 있다. 지하에 감옥 수십 개를 뚫었다. 죄목에 따라 형틀이 다르고 지옥 이름도 다르다. 발설옥(拔舌獄)은 혀를 뽑는 징벌을 가한다. 전생에 세치 혀로 망언을 일삼고 시비를 일으키거나 중상 모략한 자를 혼낸다. 화오옥(火鏊獄)은 생전에 불충, 불효, 불의, 불인(不仁)한 대역 죄인을 처벌한다. 나라와 백성을 해친 독재자도 대상이다. 포락(炮烙)의 고통으로 엄벌한다. 달군 쇠로 지지는 극형이다. 온몸이 섬찟할 정도로 무섭다.
천왕전 뒤로 24계단이 나타난다. 계단 끝 좁은 공간에 무상법교(無上法橋) 패방이 끼어 있다. 어떤 과오도 없이 완전무결한 열반의 세계로 가는 통로라는 뜻이다. 양쪽 기둥에 유석도(儒釋道)와 천지인(天地人)으로 시작하는 대련이 있다. 세 종교의 혼연일체인 삼교로 계도하고 만물의 구성요소인 삼재(三才)가 조화를 이룬 공간이다. 벽돌로 조각한 공예로 뒤덮여 있는 진귀한 예술품이다. 화엄경에 나오는 화장현문(華藏玄門)으로 올라간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과 중생과 함께 법신인 비로자나불이 사는 극락으로 가는 문이다.
문을 통과하면 광장이 나오고 종루와 고루가 설치돼 있다. 종루와 붙어서 문루(文樓)가 있다. 아래층에 약사불과 관음불을 봉공하는 전각이 있다. 위층에는 유학자가 원형인 민간신앙 문창제군(文昌帝君)을 봉공한다. 고루와 붙은 무루(武樓)는 조사당과 왕생당이 아래에 있고 위에 도교의 신이 된 관우 관성제군(關聖帝君)이 위엄을 떨치고 있다. 유교와 불교를 자연스레 포용하고 있는 도교가 중심이다. 양쪽에 날개처럼 문루와 무루를 두고 3층의 주루인 고묘가 있다.
1층은 대웅보전이다. 파란 바탕에 황금빛으로 쓴 글씨가 선명하다. 앞머리에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이라 썼다. 지혜의 불경인 반야경 600권을 260자로 정리한 반야심경이다.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로 시작한다. 색즉시공이나 아제아제바라아제가 익숙하다. 문이 열려 있어 중간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아난과 가섭이 협시하며 18나한이 보좌하고 있다. 2층은 아미타불을 주불로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배치된 서방삼성(西方三聖)의 자리다. 3층은 동서남북과 중앙을 뜻하는 오방불(五方佛) 차지다.
중웨이 시내에서 저녁마다 공연이 열린다. 판타지 체험 무대라는 부제가 붙은 사파두성전(沙坡頭盛典)이다. 사막과 황하, 오아시스가 주제이며 배경이다. 사막 속으로 사라진 계왕성(桂王城) 전설을 원형으로 제작했다. 계왕자(桂王子)와 사왕자(沙王子), 장하공주(長河公主)가 주인공이다. 신선과 악마, 인간을 대표한다. 전설은 공주를 배신한 계왕자의 왕성을 모래로 뒤덮는 이야기다. 오락 요소를 가미하다 보니 각색이 심해 그다지 연관은 많지 않다.
관객이 배우를 따라가며 관람을 시작한다. 험난한 여정을 보여주는 듯 밀림과 설산이 등장하고 괴수와 적군이 쉴 새 없이 출몰한다. 아이들 고함소리가 더 클 정도로 희귀한 괴물도 선보인다. 무기 든 병사가 벽을 뚫고 느닷없이 들락거리면 관객은 주춤하다가 지나간다. 한동안 보조를 맞춰 따라가니 무대가 나온다. 바로 옆에서 배우 숨소리까지 들으며 함께 즐긴다.
공주가 두 명의 왕자 중 하나를 선택한다. 왕자는 서로 공주에게 보물을 선물하고 실력을 견준다. 공주가 계왕자를 선택하니 사왕자가 지휘하는 군대와 전투가 벌어진다. 일대일로 결투를 벌인다. 쓰러지고 일으키고 결국 공주와 왕자는 한 몸이 된다. 갑자기 하늘에서 우르르 양피뗏목이 하강한다. 제법 참신한 코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북을 두드리고 뗏목이 오르내리니 장관이다. 공주와 왕자의 결혼 축하공연인지 전투의 한 장면인지 알쏭달쏭하다. 용 문양의 옥기 앞에서 아리따운 서역 무희가 새 무대로 인도한다.
왕성에서 주민은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괴물을 앞세운 적군이 쳐들어오고 왕자는 부대를 이끌고 출정한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서 귀환한다. 마술을 부려 모래로 왕성을 파묻고 사막이 생겨난 전설은 없다. 슬픈 전설은 묻고 주민은 평화로운 삶을 이어간다. 사막과 황하를 즐기고 공연을 감상한 하루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이 빠져나갈 때까지 배우들이 손을 흔들어준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가 밤으로 이어져 따뜻한 공연으로 마무리했다. 황하가 도도히 흐르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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