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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웰메이드 스포츠 영화인데… 안타까운 개봉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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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승'은 유독 의미가 깊다. 이 작품이 최초로 여자 배구를 조명했다는 것은 그간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됐던 배구 팬들의 설움을 풀어주게 만든다. 김연경 등 스타 선수들이 기쁜 마음으로 특별출연에 임한 것 역시 '1승'을 통해 여자 배구가 보다 대중에게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터다. 특히 '위키드' '모아나2' 등 크리스마스 연휴 가족 관객을 공략한 외화들의 개봉 속에서 '1승'은 송강호라는 대배우를 내세우며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한국 영화 최초의 배구 영화인 만큼 '1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터다. 다만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습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다음 날 국회가 비상계엄에 대한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혼란에 빠졌다. 따라서 '1승'을 비롯한 영화계 전체가 각종 행사를 축소시키며 침체기에 빠진 상태다. 이를 지켜보는 업계의 마음도 편하지 않다. 좋은 작품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관객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들이 모이고 있다.
분명 '1승'은 이대로 극장가에서 내려가기에 아쉬운 작품이다. 스포츠 영화의 장점을 극대화해 스피디하면서도 리드미컬한 맛이 쏠쏠하다. 또 스포츠 영화에서 흔히 다루는 '신파'는 의외로 적어 담백하면서도 유쾌한 여운이 깊다. 극중 송강호가 맡은 핑크스톰의 신임감독 김우진은 너무나 친숙한 인물이다. 우승과 가장 거리가 먼 경기 운용을 하던 김우진은 해체 위기의 핑크스톰을 맡아 선수들의 진심을 깨닫고 본인 역시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를 이끈다. 송강호는 최근 2년간 '비상선언' '거미집', '삼식이 삼촌' 등 다소 무게감 있는 작품으로 대중 앞에 섰다. 우리가 잠깐 잊고 있었지만 송강호는 코믹 연기의 대가다. '1승'에서 애드리브인지 대사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뽐내는 송강호의 모습은 관객들의 웃음을 쉴 새 없이 자극한다.
또 최근 열일 행보 중인 박정민도 한층 가벼운 캐릭터로 돌아왔다. 타고난 관종력을 자랑하는 재벌 3세 구단주 강정원은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만나 생명력을 얻었고 극을 다채롭게 꾸민다. 짜증 연기의 일인자로 꼽히는 박정민이 타인의 짜증을 유발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송강호와의 케미스트리가 인상적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위치를 인정, 같은 목표로 움직인다. 뼈 굵은 두 배우가 주고 받는 호흡만으로도 한 신 한 신이 꽉 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분위기 환기를 톡톡히 해내는 장윤주 역시 신스틸러로 눈도장을 찍는다. 장윤주는 실제 한수지 선수를 연상하게 만드는 선수 배경을 갖고 있는데 장윤주가 그간 선보였던 쾌활하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이번 작품에서 시너지를 발한다. 이 외에도 본지 취재로 특별출연 소식이 알려졌던 조정석의 존재감 등이 '1승'의 통통 튀는 매력을 고조시킨다. 극중 조정석은 김우진의 후배이자 라이벌 팀 슈퍼걸스 감독으로 등장하는데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송강호와의 티키타카를 선보이곤 사라진다.
믿음직한 배우들의 연기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라면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배구 경기 랠리 시퀀스다. 높은 완성도가 돋보이는 이 장면들은 마치 신연식 감독의 필승 무기처럼 느껴진다. 촬영 수개월 전부터 트레이닝에 돌입한 배우들의 모습을 제대로 담기 위해 총 7대의 카메라가 설치됐다. VR 버추얼 리얼리티 기법, 롱테이크 등으로 배우들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담아내며 보는 이들에게 몰입감을 안긴다.
이에 배구업계에서도 반가운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전 삼성화재 배구단 감독으로 슈퍼리그 9연패를 이끈 명장 신치용 감독은 "배구를 50년 했는데, 영화를 보고 감동을 느꼈다", 배구 선수 김요한은 "배구라는 스포츠의 전략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표현되었다. 선수로 출연한 배우들이 배구 동작을 잘 표현해 줘서 영화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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