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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교환과 트리 만들기는 사소한 것… 'X-마스'에 진짜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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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산타클로스에게 보낼 카드를 작성한다. 원하는 선물을 받기 위해서다. 부모는 산타를 대신해 선물을 준비한다. 서로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기도 하고 은근히 받고 싶은 걸 암시한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한 돈 마련에 고심이 깊기도 하다.
흔하디 흔한, 사소하다면 사소할, 그러나 누구나 소중하게 생각할 순간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가족이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를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은 없는 걸까.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크리스마스의 정신,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인류애를 몸으로 이행한 한 사내가 스크린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1985년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가 배경이다. 빌 펄롱(킬리언 머피)은 석탄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상인이다. 아내와 딸 다섯이 함께하는 화목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다. 그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지역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갔다가 당혹스러운 광경을 목격한다. 펄롱은 집에 와서도 수녀원에서 본 장면이 머리에서 가시지 않는다. 아이들의 재롱도, 거친 노동도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씨를 꺼트리지 못한다. 수녀원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이다. 사람들은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일은 알아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한다. 펄롱 홀로 고심의 시간이 길어진다.
영화는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동명 베스트셀러(2022)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출간돼 5개월 만에 8만 부 넘게 팔리며 서점가의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원작을 변주하지 않는다. 110쪽 분량 이야기(국내 출간 기준)를 98분 영상으로 옮기는 데 충실하다. 차이는 있다. 문자와 영상에서 오는 거다. 원작의 문장들이 감정을 절제하며 읽는 이의 상상과 감성을 자극했다면, 영화는 영상의 구체성으로 보는 이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발한다. 고통받는 이를 돕는 것에 비하면 크리스마스 선물 주고받기와 트리 만들기 등은 사소한 것들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는 특별하지 않지만 울림은 크다.
원작을 읽고 감동받은 킬리언 머피가 제작을 추진했다. 친분이 있던 배우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세운 제작사 아티스트 에쿼티를 통해 영화를 만들었다. 벨기에 감독 팀 밀란츠가 연출했다. 밀란츠는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 시즌3 연출로 머피와 인연을 맺은 이다. 머피의, 머피에 의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흔들리는 눈빛, 미세한 얼굴 표정 등으로 고뇌에 던져진 소시민의 마음을 묘사하며 스크린을 이끈다.
지난 2월 열린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다. 수녀원장 메리를 연기한 에밀리 왓슨이 조연연기상(은곰상)을 수상했다(베를린영화제는 연기상을 주연과 조연으로 나눠 성별 구분 없이 시상한다).
소설과 영화는 1922년부터 1998년까지 운영됐던 막달레나 보호소를 소재로 하고 있다. 막달레나 보호소는 비혼모나 윤락녀 등을 참회와 갱생을 내세워 무임으로 노동을 착취했다. 영화는 “5만6,000명 이상의 젊은 여성과 강제로 빼앗긴 아이들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문구로 끝을 맺는다. 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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