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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학이 국민 뜻보다 중요합니까"… 서울대 21학번, 84학번 국힘 의원에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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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의원님, 지역구 주민이자 서울대 후배로서 묻습니다. 정치공학이, 헌법보다 민주주의보다 국민의 뜻보다 중요합니까?"
9일 오전 11시쯤 서울 서초구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실 앞. 서울대 학과 잠바(과잠)를 입은 청년이 대자보를 들고 나타나 출입문에 부착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21학번에 재학 중인 전찬범(22)씨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날 모두 국회 앞에서 목이 터져라 외쳤다"며 "그것만으론 여당 의원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아 이렇게 대자보를 썼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서울대 경영학부 84학번 졸업생으로, 지난 4일 비상계엄 해제안 표결과 7일 윤 대통령 탄핵 표결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전씨가 붙인 대자보에는 신 의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겼다. 그는 "국회에서 선배님께서 보인 모습은 내란의 공범이 되는 것이며 국민을 대변하는 대신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이어 "선배님의 탄핵소추안 불참 역시 어떠한 미사여구로도 포장할 수 없는 반헌법, 반국가, 반국민적 행위"라며 "지금이라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바꾸어주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해달라.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전씨가 대자보를 붙이자 사무실 안에 있던 관계자가 나와 잠시 제지했지만, 내용을 읽은 뒤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비상계엄령 사태에 분노한 시민 촛불이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여당 의원들을 향하고 있다. 전씨처럼 대자보나 문자메시지, 전화 등으로 설득하거나 국민의힘 당사로 모여들고 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는 시민, 노동단체들의 항의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5·18서울기념사업회, 80년해직언론인연합회, 무림·부림·학림사건 피해자모임 등 20여 개 단체가 모인 '5·18 시민연대'는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군사독재와 탄압에 의해 먼저 세상을 떠난 동지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의 임무를 저버리고 당사로 피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에 공범으로 전락했다. 당의 즉각적인 해산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항의 성명'을 경찰의 바리케이드로 입구가 막힌 국민의힘 당사 안으로 전달했다.
민주노총은 표결 불참 의원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찢는 '항의 행동'을 펼쳤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당은 존재할 이유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며 "이 시간부로 국힘 해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동훈 대표는 윤석열의 계엄에 맞설 용기가 없다면 최소한 염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권력을 나누겠다고 하고 대통령 임기를 좌지우지하겠단 초헌법적 발상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전국민중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국회 앞에서 '범국민촛불대행진'을 열었다. 이날 오후 7시 4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3만 명이 몰렸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국민의힘 당사로 행진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전날인 13일까지 일단 매일 국회의사당역에서 오후 6시에 집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탄핵소추안 재발의가 예고된 14일에도 대규모 촛불대행진이 예고돼 있다. 이들은 "투표하라고 외쳤던 시민들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내란 수괴를 옹호한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윤석열 탄핵소추안 통과를 향한 시민들의 의지를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계속해서 시위에 참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여덟 살 아들, 남편과 함께 나왔다는 이모(40)씨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탄핵 집회에 나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집에만 있는 스스로가 무능력한 것 같아 뭐라도 하고 싶어 거리에 나왔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수능을 봤다는 수험생 김규리(19)씨도 수험생 친구 두 명과 함께 국회 왔다. 김씨는 "수능 끝난 뒤 우리 반 친구들 절반 이상이 시위에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학교에서는 투표하라고 하면서 국회의원들은 투표를 안 한다"며 "한동훈 대표나 한덕수 총리는 선출직도 아니면서 이렇게 행동해도 되는거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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