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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과 국회의원의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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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7일 오후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을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이 줄줄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곧이어 진행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기 위해서다. 무기명 투표여서 반란표가 나올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지도부의 반민주적 작전에 순종하는 여당 의원들의 귀에 회의장 내 야당 의원과 의사당 밖 수십만 시위대의 간절한 호명이 가서 닿았을까? 투표 종료를 2시간 넘게 늦추며 이어졌던 희망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 퇴장 후에도 이탈을 막기 위해 의원총회를 연 지도부에 맞서 투표에 참여한 김상욱 의원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당론에 따라 탄핵안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미안하지만 그는 국회법을 어겼다고 실토한 것이다. 국회법 114조 2항에는 “국회의원은 투표에 있어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4일 새벽 계엄 해제에 찬성했던 여당 의원 18명 모두 국회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 여당 의원들의 허약한 양심은 긴박하고 엄중했던 3일 심야와 4일 새벽 사이 양심과 소신을 지켰던 다수 계엄군과 비교하면 더욱 실망스럽다. “들고 있는 총은 국민들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사용해 달라”는 시민을 향해 “죄송하다”며 고개 숙이는 장병. 상부의 명령에 따라 출동은 했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장병들에게 “총을 뒤로 메라”고 명령했던 현장 지휘자의 고뇌. 이런 용기가 모여 기적적으로 헌정을 지킬 수 있었다.
□ 양심에 따를 용기를 지닌 군인은 의원과 달리 법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현 정부 들어 ‘군인복무기본정책서’에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 관련 정책이 삭제된 것이 지난해 9월 본보 단독 보도로 확인되기도 했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 기본권을 공격하려는 공권력을 거부할 권리를 군인을 포함해 모든 공직자에게 부여하고 실제로 이를 보호하는 법 체제 강화가 시급하다. 물론 눈앞의 영달을 외면하고 양심을 따르겠다는 공직자의 결단이 먼저 있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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