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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후폭풍에 '성장세' 보이던 동남아 관광객 줄어들라… "한국 여행 주의"

입력
2024.12.06 16:24
수정
2024.12.0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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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인니·말레이 "현지 기관 지침 준수하라"
한국에 23만 명 거주 베트남 "다중 집합 피하길"
두 자릿수 성장 동남아 관광객 줄어들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무장한 계엄군이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무장한 계엄군이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동남아시아 국가 외교 당국이 한국에 살거나 여행 중인 자국민에게 ‘주의보’를 내렸다. 다급했던 한국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정치·사회 정세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관광업에서 동남아시아 비중이 커지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국가 이미지 훼손과 이에 따른 관광산업 타격이라는 후폭풍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각국 “여행 시 각별히 신경 쓰길”

6일 필리핀 GMA뉴스에 따르면 에두아르도 데 베가 필리핀 외교부 차관은 전날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여행을 계획한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베가 차관은 “(한국이) 전쟁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여행 취소를 권고하지는 않겠지만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강조했다.

주한필리핀대사관이 4일 게시한 긴급 공지. 한국에 거주하는 필리핀인과 관광객에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한국 당국의 지침을 따르길 권고했다. 주한필리핀대사관 페이스북

주한필리핀대사관이 4일 게시한 긴급 공지. 한국에 거주하는 필리핀인과 관광객에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한국 당국의 지침을 따르길 권고했다. 주한필리핀대사관 페이스북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외교부도 전날 성명을 내고 한국 거주민과 방문자들에게 최신 상황을 꾸준히 파악하고, 온라인 영사 시스템에 본인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등록해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대비하라고 권장했다.

주다 누그라하 인도네시아 외교부 시민보호책임자는 “한국에 있는 인도네시아인들은 한국 국내 정치에 관여하거나 대규모 집회에 참여하지 말라”고 말했다. 한국에는 필리핀인 약 6만8,000명, 인도네시아인 약 1만2,000명, 말레이시아인 약 1만5,000명이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자, 유학생 등의 신분으로 거주 중이다.

팜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이 5일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베트남 정부 대응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팜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이 5일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베트남 정부 대응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베트남 외교부는 한국 상황에 대한 베트남 정부 대응 방안을 묻는 한국일보 질의에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인 한국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한국이 곧 안정을 되찾고 향후 견고한 발전을 이뤄나갈 것으로 믿는다”며 “(한국 거주 베트남) 국민들에게 현지 기관의 지침을 준수하고, 다중 집합을 피하며, 주한 베트남대사관과 연락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팜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주한 베트남대사관의 업데이트를 보면 현재 한국 상황은 안정적”이라며 “한국 여행 관련 경보 발표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약 23만 명의 베트남인이 살고 있다. 동남아 국가 중 최대 규모다.

베트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여행을 해도 되는지를 묻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베트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여행을 해도 되는지를 묻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다만 비상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한국 여행을 앞둔 사람들의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현지 여행사 인터넷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국 관광이 가능한지 묻는 게시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사이공타임스는 여행사 관계자를 인용, “아직 한국 여행을 취소하려는 사람은 없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일본 대만 등으로 목적지를 변경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치안 불안국’ 여겨질까 우려

이 같은 분위기는 가까스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해외 관광객 수준을 회복한 한국 관광업계에는 악재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중 상당수는 동남아 지역에서 왔다. 베트남(5위·약 42만 명)과 태국(7위·약 38만 명) 싱가포르(8위·약 35만 명) 필리핀(9위·약 34만 명) 말레이시아(10위·약 26만 명) 인도네시아(11위·약 25만 명) 국적자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태국의 한 환전소에 한국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일시적으로 한국 돈을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태국의 한 환전소에 한국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일시적으로 한국 돈을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특히 △한류 열풍 △동남아 경제 성장 △한국 정부의 관광객 입국 절차 간소화 등에 힘입어 동남아 국가 국민의 한국 방문 비중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방한 필리핀 관광객은 전년 대비 32.1%, 인도네시아 27.2%, 베트남 17.9%, 말레이시아 8.1% 등 두 자릿수 안팎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한국에 ‘치안 불안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공산이 커졌다.

한국 국민의 해외여행도 영향권에 들어갔다. 최근 태국의 일부 환전소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을 이유로 원화 환전을 거부하는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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