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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尹 계엄’에 잇단 경고… “심각한 오판” 질책 이어 국방장관 방한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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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미국의 경고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국무부 2인자가 “심각하게 오판했다”고 공개 질책한 데 이어 국방장관 방한이 미뤄졌다. ‘패싱’에 ‘패싱’으로 항의하고 있는 셈이다.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로이드 오스틴 장관이 7일 캘리포니아주(州)에서 포럼 연설을 한 뒤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 일정에 한국 방문은 포함되지 않았다.
원래 오스틴 장관은 한국 역시 함께 찾을 생각이었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기틀 마련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울 만한 성과다. 내년 1월 20일 정권 이양을 앞둔 오스틴 장관의 사실상 고별 순방인 만큼 일본만 들를 이유가 없었다. 방한 예고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 지금은 적절한 방한 시기가 아니라는 게 오스틴 장관의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방한 보류는 3일 계엄 사태 때문일 공산이 크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계엄 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바람에 오스틴 장관과 회담할 상대방이 마땅치 않아졌다.
물론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다. 미국은 4, 5일 미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반도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목적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첫 NCG 도상연습(TTX)도 개최 하루 전날 무기한 연기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계엄 사태가 해당 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이상 기류의 배경은 미국의 불쾌감이다. 일단 문제는 계엄령의 성격이다. 계엄 선포는 민주주의와 법치를 동맹의 근간으로 보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배신 행위나 마찬가지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계엄 선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으며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계엄령이 해제된 것을 환영했다고 국무부가 전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계엄령 발동이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분명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논평한 것도, 전날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이 공개 행사에서 “심하게 잘못 판단했다”는 이례적인 표현으로 동맹국 정상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하나 미국을 자극한 것은 한반도 안보와 주한미군 안위에 위협이 될 만한 행동을 자국에 미리 알리지도 않고 윤 대통령이 돌발적으로 벌였다는 사실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워싱턴 싱크탱크 행사에서 “TV를 보고 발표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자 사설에서 “계엄 선포는 북한 독재자 김정은의 무모한 군사 행동을 부를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은 한국의 정권이 바뀌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는 기색이다. 파텔 부대변인은 국회에 발의된 탄핵소추안 처리와 관련해 “한국의 민주적 시스템·절차가 승리하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은 태평양 양쪽(한미)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한다”고 강조했다. 집권당과 상관없이 기존 한미일 공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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