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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러브콜이 달갑잖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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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중국은 거리상 가까운 나라다. 산둥성에서 닭이 울면 인천에서 들린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선뜻 방문하긴 힘든 국가였다. 우선 비자를 받는 절차가 까다롭고 불편했다.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작성해 출력한 뒤 비자서비스센터나 등록대행기관을 방문, 지문까지 찍어야 했다. 왕복 비행기표와 호텔 예약, 초청장도 요구했다. 수수료도 2만~9만 원 들고 추가 급행료를 낼 때도 있었다. 가급적 오지 말라는 투였다.
이랬던 중국이 갑자기 바뀌었다. 이달 초 한국을 무비자 시범 정책 대상국에 포함시켰다. 이젠 비즈니스, 여행, 관광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할 땐 비자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이 우리에게 대문을 활짝 연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찜찜하다. 사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이후 중국은 우릴 줄곧 압박하고 괴롭혔다. 2016년 800만 명도 넘었던 중국 단체 관광객은 이듬해 반토막이 났다. 중국에 10조 원을 투자한 롯데는 결국 빈손으로 쫓겨났다. '한한령'(한류 제한 명령)으로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 K콘텐츠도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당시엔 우리의 검역 강화에 거칠게 항의하며 한국인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거듭된 막가파식 행보에 반중 정서가 커질 대로 커졌는데 돌연 중국이 친한 척하며 다가오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태도가 돌변한 건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른 다목적 카드로 보인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파병을 단행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밀착한 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한국에 이어 일본에 대해서도 무비자를 발표한 걸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관세 전쟁과 이로 인한 한미일 균열을 노리고 선수를 친 것이란 분석도 주목된다. 때마침 중국 관영지가 ‘한중일 자유무역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논평을 낸 게 이를 뒷받침한다. 외교가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란 신호로도 해석한다. 사전 정지 작업이란 이야기다. 시 주석이 방한한 건 10년 전이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 차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두 차례나 방중했지만 시 주석의 답방은 없었다.
어떤 목적이든 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나선 건 평가할 일이다. 비자 면제로 양국 교류가 늘면 선린우호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비자 하나 없앴다고 곧바로 중국이 가까운 나라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여전히 중화민족만이 위대하다는 생각에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2017년 4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역사상 중국의 일부였다”는 억지를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란 주한중국대사의 망발도 아직 생생하다. 중국이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한중 관계의 개선은 한계가 분명하다. 시 주석 방한도 환영받기 힘들다. 국가 간 신뢰는 서로 상대방을 존중할 때 시작될 수 있다.
정부는 중국의 속내를 간파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2기를 맞아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하기보다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중국의 접근을 전략적인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유치한 보복을 일삼고 상황이 바뀌자 선심 쓰듯 접근하는 국가를 상대할 땐 일희일비해선 곤란하다. 오히려 급한 건 중국인 만큼 우리의 몸값이 올라간 측면을 잘 살려야 한다. 무비자 정책은 고무적이지만 사실상 중국의 본질은 바뀐 게 없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중국도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반중 정서가 큰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내년 시 주석 방한의 성공 여부도 다름 아닌 중국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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