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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 가족도 안심할 순 없다

입력
2024.09.2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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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 브레이브하츠 데이

브레이브하츠 데이는 아동성폭력, 특히 가족·친지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에 대한 공동체의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제정된 날이다. bravehearts.org

브레이브하츠 데이는 아동성폭력, 특히 가족·친지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에 대한 공동체의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제정된 날이다. bravehearts.org


대부분의 성폭력이 알고 지내던 이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3년 상담 통계 및 동향분석’에서는 그 수치가 85%였다. 가해자는 주로 앱이나 인터넷 SNS 메신저 등을 통해 만난 이들이었고, 가족·친척은 가해자 항목에 없었다.
하지만 현실, 특히 소아 청소년 대상 성폭력의 현실은 드러난 바와 다를 수 있다. 다른 범죄에 비해 성폭력 사건이 고소 등으로 이어지는 예가 적은 데다 가해자가 가족·친지일 경우, 피해자가 어릴 경우 더 묻히는 경향이 있다.
그 침묵의 불의를 극복하고 범죄에 맞서자는 취지로, 호주 여성 헤티 존스턴(Hetty Margarete Johnston, 1958.9.27~)이 1996년 ‘브레이브하츠(Braveheart Inc.)란 단체를 설립했다. 시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만 7세 딸의 어머니였던 그는 아동 성폭력이야말로 공동체가 함께 대처해야 할 범죄이며 가해자가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감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다양한 아동 청소년 성범죄 예방 캠페인과 교육, 범죄 생존자 상담과 법률 서비스, 정부 대상 법 제도 개선 로비 활동을 벌여왔다. 단체는 매년 9월 첫 주 금요일을 ‘브레이브하츠 데이(Bravehearts Day)’로 지정했다.
2016년 호주의 10대 소녀가 가족법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아동 성폭력 전과자 아버지로부터 상습 성폭력에 시달려온 17세 여성(Abbey)이 법원 결정, 즉 아버지의 자녀 면접권을 인정한 판결에 절망한 결과였다. 판결에 앞서 그 여성은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을 호소했지만, 법원은 가족법상의 부모의 권리를 우선시했다.
앞서 96년 벨기에 시민 30만 명이 어린이의 순수함과 희망을 상징하는 흰 풍선을 들고 아동 성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브레이브하츠 데이는 그래서 '흰 풍선의 날(white balloon day)'이라고도 불린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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