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새 발명보상금 지침... 대법원 "이전 퇴직자 적용 안 돼"

입력
2024.06.23 13:55
수정
2024.06.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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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청구 소멸시효 시작점이 쟁점
2심 원고 패소했지만 대법원 파기환송
"변경된 규정, 퇴직자에 적용 안 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퇴사하고 17년이 지나 직무발명 보상금을 뒤늦게 청구하는 경우, 현행 근무지침이 아닌 재직 당시 지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별도 합의가 없는 한 지침 변경 이전 퇴직자에겐 새로운 규칙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전직 삼성전자 직원 A씨의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30일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삼성전자 근무 중 세탁기 필터 기술 관련 특허권 10건을 1997년 8월 회사에 넘겼고, 1998년 퇴사했다. 삼성은 특허출원 후 이듬해부터 A씨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판매했다. 퇴사 17년이 지난 2015년 11월 A씨는 회사에 기술 6건과 관련한 직무발명 보상금을 신청했다. 발명진흥법에 따라 직원이 회사에서 발명해 특허권을 기업에 넘기면 기업은 정당한 보상을 직원에게 해줘야 한다. 삼성전자는 기술 5건에 대해 B등급을 매겨 5,800만 원을 보상하기로 했지만 A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쟁점은 A씨의 보상금 청구 소멸시효 시작점이었다.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권 소멸시효는 일반 채권처럼 10년인데, 이 시작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A씨가 이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근무규칙에 지급 시기를 정하고 있을 경우, 지급 시기가 시작한 때부터 10년으로 계산한다.

삼성전자는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을 개정해 지급 시기를 '특허가 회사 제품에 적용돼 회사 경영에 현저하게 공헌한 것으로 인정되고, 관련 부서 및 위원회 심의와 대표이사 재가가 있을 때'로 정했다. 회사가 결정하는 때를 보상금 지급 시작점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2001년 1월 1일부터 보상지침을 재개정했는데, 여기엔 보상금에 대한 규칙이 없었다.

2심 재판부는 2001년 재개정된 보상지침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소멸시효 시작점은 2001년이고 이로부터 10년(2011년)이 지난 2015년 소가 제기돼 A씨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A씨 퇴사 이후인 2001년 지침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변경 이전에 이미 직원이 퇴직했다면 사용자와 변경된 근무규정을 적용하기로 합의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경 이전 퇴직한 직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씨에겐 1995년 지침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A씨의 보상청구권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결론이 나온 이유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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