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안동시의 낙동강변 산책로 폐석반입 누구의 책임인가?

입력
2024.06.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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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식 기자

권정식 기자

무사안일 복지부동 부정부패 주인의식결여. 옛날 옛적 관료주의의 병폐를 지적하는 말들이었다. 요즘은 어쩌다 듣고 느끼기에 공직자들의 의식과 행태가 많이 개선된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상은 쉽게 변하지만 의식은 변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한다. 안동시가 7억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 중인 태화로 체육공원일대 낙동강변 맨발산책로 조성사업현장이 그런 적폐를 아직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당초 자재로 지정된 친환경 적운모(레드일라이트) 대신 불량토석에다, 특히 산업단지에서 나온 폐석까지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고, 공사자체도 날림이라는 의심까지 받고 있어서다. 맨발산책로는 지표면에 피부가 그대로 닿기에 아주 섬세한 공정이 필요하다. 유해물질을 깔면 몸으로 흡수될 것이고, 자칫 발바닥에 상처라도 나면 쉽게 세균에 감염될 수 있고 특히 낙동강수질요염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다 굵은 모래, 중간크기 모래, 고운 모래를 차례로 깔고 다지도록 설계됐으나 실제로는 토석을 한꺼번에 깔아버렸고, 다지는 과정도 허술하게 진행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시공현장 토사분석 시험성적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자료에는 적운모의 특징인 게르마늄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굳어진 형국이다.


안동시는 지난주에 가장 중요한 항목 중의 하나인 다이옥신 검출 결과가 빠진 22개 품목 시험성적서를 업체측이 제출했다고 뒤늦게 해명했으나 산책로 포설작업이 완료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현재 공정율 95%에서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과업지시서 대로 했는지 점검하겠다고 했다. 뒷북행정의 전형이다. 이번 공사의 핵심은 산책로가 낙동강변이어서 황토보다도 훨씬 비싼 최고급 친환경 운모광석을 사용토록 규정했다. 기본적인 관리감독만 했더라도 이 같은 문제점들을 쉽게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첫 단추를 잘못 뀄으면 처음부터 옷을 다시 입는 것이 순서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안동시의 이 같은 형태는 그동안 한 두 번이 아니다. 불과 두달전 시가 무리하게 18층에서 28층으로의 허가변경을 추진하려다 역시 본보의 단독보도로 폭로된 S건설의 노하동 아파트신축사업과 송현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특혜재개발사업도 그러했다.

뒷북행정은 관가의 오랜 병폐 중 하나다. 공직자들은 늘 사건, 사고, 민원이 폭발해야 일을 한다.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

암적인 악습은 과감하게 도려내는 방법밖에 없다. 우선 철저한 감사를 통해 문제 공무원에 대해서는 냉혹한 책임을 물어야한다. 그리고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는데는 행정의 책임자인 시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시장의 책임은 다음 선거때 유권자들이 투표로 물어야한다.

권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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