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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집값 붙잡긴 했는데... 야당에 막혀 빛 못 보는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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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지난 2년 동안의 부동산 정책 키워드는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정책 방향은 옳지만 실적이 저조하다는 게 문제다. 거대 야당에 가로막혀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정책이 수두룩하다 보니 국민의 정책 체감도가 낮다. 역대 최대 주택 공급 정책을 공언했음에도 최근 공급 실적이 정부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점도 정부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도시주택공급 점검회의에서 전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정상화하는 정책으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주택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했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전국 아파트값은 22%(서울 25%·한국부동산원) 뛰었지만, 윤 정부 출범 이후엔 12.5%(서울 -9.8%) 하락했다.
다만 이는 온전히 윤 정부의 정책 성과로만 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고 저금리 시절까지 막을 내리면서 집값이 조정되는 시기에 정권을 넘겨받은 덕이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규제 정상화와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시장을 연착륙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전문가는 "여전히 거래가 침체돼 있긴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이후 정부가 적어도 집을 사거나 팔 때 생기는 규제 걸림돌을 치워 주면서 침체기에 실수요 거래에 숨통을 틔우며 시장을 연착륙시켰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시장에선 "정부 대책을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는 뒷말이 나올 만큼 국회 벽에 막혀 빛을 보지 못한 정부 정책이 수두룩하다. 야당 반대로 핵심 법안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지난해 1월 정부가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은 1년 가까이 여야 공전을 거듭하다 올 초 가까스로 3년 유예로 확정됐다.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 급격한 세금 변동을 막기 위한 공시가격 현실화 폐기 법안, 다주택자 중과 완화 정책은 정부가 대대적 손질을 약속한 대표 정책이지만 22대 국회 역시 야당 압승으로 이들 정책은 아예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정부 내에서도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셋값 폭등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는 임대 3법 역시 이미 제도 개선안이 나와야 했지만,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제도 개선이 미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위원은 "여당 중심이었다면 온전한 정책 평가가 될 텐데 야당에 막혀 시행 여부를 알 수 없다 보니 정책 평가를 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최고의 방법이 주택 공급 확대라고 보고 2022년 8월과 10월 역대 최대 규모인 270만 호를 공급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성과가 저조하다. 공사비 급등,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당장 민간 건설사부터 주택 사업을 미루는 추세기 때문이다. 270만 호의 20%는 재건축 몫인데, 재건축 규제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정국인 만큼 정부가 야당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느 정도 여야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여전히 시장 의구심이 큰 '1기 신도시' 사업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반기 최대 과제는 PF 위기 사업장 관리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부동산학)는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PF 시장을 어떻게 연착륙시키느냐는 것"이라며 "PF 시장이 정상화해야 인허가에서 착공 단계까지 원활히 가 주택 공급에도 숨통이 생기는 만큼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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