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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달러당 160엔 추락→154엔 급변동… 당국 개입 가능성

입력
2024.04.29 18:00
수정
2024.04.29 18:4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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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휴일 중 환율 급변동
"일본 정부 개입 가능성"

29일 일본 도쿄의 한 외환 시세판 모니터에 엔·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엔화는 이날 한때 달러당 160엔까지 떨어졌다. 도쿄=AP 교도 연합뉴스

29일 일본 도쿄의 한 외환 시세판 모니터에 엔·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엔화는 이날 한때 달러당 160엔까지 떨어졌다. 도쿄=AP 교도 연합뉴스

엔화 가치가 29일 하루 동안 한때 달러당 160엔까지 급락했다가 154엔으로 오르며 요동쳤다. 엔화가 달러는 물론 유로 등 타국 통화에 비해서도 급격히 하락하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 공영방송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전 엔화는 달러당 160엔, 유로당 171엔까지 하락했다. 유로·엔 환율은 1999년 유로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달러·엔 환율은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158엔대로 3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는데, 겨우 사흘 만에 160엔 선이 무너졌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것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완화 정책 유지 메시지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앞서 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현재의 엔화 약세에 대해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에 큰 영향은 없다"고 했다. 이는 현재 엔화 약세 때문에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인식돼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더욱 강해졌다. 일본은행 발표 전 달러당 155엔대였던 엔화 시세는 우에다 총재 발언으로 하루 만에 3엔가량 급락했다. 닛케이는 "해외와 금리 차가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에 (시장에서는) 엔화를 팔아도 된다고 안심한 것"이라고 짚었다.

일본 재무성 재무관 '개입 가능성'에 "노코멘트"

29일 오전 160엔대까지 급락한 것은 일본이 이날 공휴일이었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평일보다 실수요 거래가 줄었고, 투기 성격의 엔 매입이 엔화 약세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들어 엔화 시세가 갑자기 강세로 돌아서며 달러당 154엔대까지 급상승했다. 오후 1시쯤부터 1시간에 걸쳐 엔화는 달러당 155엔대를 회복했고, 오후 4시 30분쯤 154엔대까지 올랐다. 교도통신은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개입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은 노코멘트"라며 말을 아꼈다.

이번 엔화 급등이 개입에 의한 것인지 여부는 재무성이 5월 말 '외국환평형조작실시상황'을 발표해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전까지는 일본은행의 당좌예금 잔액 변동 상황 등을 토대로 추측해야 한다. 앞서 일본 정부는 급격한 엔화 약세가 계속되자 24년 만에 처음으로 2022년 9월 200억 달러(약 2조7,500억 원) 규모의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했고, 지난해 10월에도 공식적으로 개입 사실을 밝히지 않는 '복면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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