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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못해 괴로운가요? 당신은 그래서 더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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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은 완벽함이 있는 곳에는 역사가 없다는 말을 완전히 이해했다. 진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한 자연주의자라면 불완전함을 들여다봐야 한다. 쓸모없고 흔적만 남은 특징들을 찾아야 한다. 이 특징들은 과거에 있었던 변화의 흔적을 상징하고 미래를 약속하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존재들' 중에서
'공학적 완벽함'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종이다. 두 다리로 걸으며 멀리 볼 수 있게 됐지만 허리 통증과 관절염에 시달렸고, 복잡해진 뇌로 문명을 건설했으나 만성적인 두통과 심리적 불안으로 괴로워했다. 점액질로 호흡기가 막혀 고통받는 일도, 식도와 기도가 불분명해 질식 위험에 처하는 일도 네 발로 걷는 동물들은 겪지 않는다. '역경'을 딛고 호모 사피엔스는 "교향곡을 작곡하며, 달로 로켓을 발사하"기에 이르렀다.
이탈리아의 진화생물학자인 텔모 피에바니는 책 '불완전한 존재들'에서 인류의 출현을 탐색하며 특유한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한 지배종이 된 이유를 탐색한다. 저자는 특유의 불완전함이 호모 사피엔스를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종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네안데르탈인과 비교해보자. 호모 사피엔스는 커진 두뇌를 지탱하기 위해 두껍고 짧은 목을 선택한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긴 목을 택했다. 긴 목은 결점이 많았지만, 목 아래로 이동한 후두가 기도와 성대로 분리되면서 하나의 목구멍으로 동시에 숨 쉬고, 먹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언어라는 걸 갖게 됐으니 결과적으로 훌륭한 타협이었다. 진화의 '역설'이다.
저자는 오늘의 이점이 내일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곁들인다. 불완전함을 진화의 동력으로 삼아 성취를 거듭한 인류가 이제 또 다른 진화적 분기점에 서 있다는 것. 이를테면 당과 열량이 부족했던 때에 완성된 몸과 오늘날 풍족해진 식단은 괴리가 있다. 똑똑하게 진화된 뇌는 각종 마음의 상처와 불안을 평생 떠안고 살며, 때로 불합리한 선택을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진화적 불일치는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을 위협하고, 기술적 변화 또한 인간 존재의 본질을 재정의하라고 요구한다.
진화란 과학 탐구 영역을 넘어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인류가 완벽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오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 마지막 말. "불완전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인류여, 코앞의 도전에 더 창의적이고 겸손하게 접근하라. 공룡의 길을 걷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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