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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업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살며 ‘환승연애’를? 파격 설정, 어떻게 성장 드라마가 됐나 - 이진주 맨땅브레이커

이진주 PD 편

2024.01.31

이진주 PD
JTBC 이진주 PD

“아무도 모르는 골목에 숨어 있어도,
오직 입소문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맛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대로 된 맛집은 아무리 외딴곳에
숨어 있어도 발견되잖아요.

제겐 ‘환승연애’가 그런 맛집이었어요.
계급장 다 떼고 맨몸으로
시장과 대결해 얻은 승부였죠.”

오늘의 커리어 포인트
  • 초짜PD 좌충우돌
  • 나영석 사단
  • 캐릭터 서사 부여 장인
  • 윤식당, 환승연애
오직 커리업에서, 오늘의 뷰 포인트
  • 좌충우돌 이진주PD가 걸어온 길
  • 어! 환승연애 속 그 장면 비하인드

‘꽃보다 청춘’, ‘윤식당’, ‘여름방학’ 그리고 ‘환승연애’

이 사람, 예능계의 ‘다이아 계보’인 나영석 사단에서 PD 커리어를 키웠습니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나 PD 산하를 떠나 만든 ‘환승연애’를 내놓으면서였죠. 이별한 커플들이 한집에 살며, 다른 상대와 데이트를 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의 ‘리얼리티 연애 프로’입니다. 대한민국을 ‘도파민 파티’로 몰아넣은 그 방송이죠.

설계는 분명 ‘마라맛’인데 뚜껑을 열어보면 반전이었죠. 연애담을 넘어선 자기 성찰의 서사를 보며 시청자들은 “이건 성장 드라마다”라는 평을 내놨습니다. 젊은 날의 연애는, 사랑이 끝나도 성장의 나이테로 남는 법이니까요.

이 사람은 믿었어요. ‘진짜’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기록을 세웠으니까요. ‘환승연애-시즌2’는 역대 티빙 오리지널 중 누적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의 역사를 썼습니다.

선배이자 스승인 나영석 PD는 이 사람을 두고 “대체재를 허용하지 않는 장인 정신을 갖춘 제작자이자 가장 아끼는 후배”라고 말했습니다. 자신만의 궤도를 개척한 퍼스트 펭귄, ‘맨땅브레이커’ 아홉 번째 주인공, 이진주(38) JTBC PD입니다.

오는 3월에 시작하는 새로운 연애 프로그램 ‘연애남매(JTBC·웨이브)’의 막판 편집에 여념이 없는 그를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났습니다.

이진주 PD 커리어 그래프

Chapter1. 발단: 시청률 저조에 대형 사고...

#S1. 남들은 TV예능이 낙이라는데

2010년은 ‘TV 예능의 황금기’였다. 주말 예능 프로가 30%대 시청률을 밥 먹듯 갈아 치웠다. 그 시절 진주씨는 스물넷 ‘취준생’(취업준비생). 후드 티 차림으로 매일 학교 도서관 구석에 틀어박혀 있었다.

서러움을 공유하던 동기들은 사는 낙이라곤 “토요일엔 ‘무한도전’, 일요일엔 ‘1박 2일’”이라고 했다. 진주씨는 예외였다.

무리 중에 꼭 있는, ‘남들 다 아는 거 혼자 몰라 대화에 못 끼는 애’가 그였다.

대학 시절의 진주씨는 ‘아웃사이더’였습니다. 풍물패에서 신나게 꽹과리를 치거나, 더듬더듬 독학한 작곡 기술로 노래를 만들어 부르며 보냈죠. ‘뼛속까지 국문과’인 책벌레라 TV와는 담을 쌓은 지 오래였고요. ‘제2의 나영석’을 꿈꾸는 PD 지망생이 즐비할 때였지만, 그에겐 남 일이었습니다.“내 일이 될 리는 절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절대’만큼 깨지기 쉬운 말이 또 있을까요. 그토록 원했던 신입기자 공채에선 14번이나 탈락하더니, PD 시험은 두 번 만에 붙었으니.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을 하염없이 바라보느니, 비슷하게 생긴 다른 문고리를 잡아보자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2011년, CJ ENM의 공채 1기 PD로 입사하게 됩니다. 기자가 되지 못한 게 아쉬울 법도 한데 그는 수긍이 빨랐어요. ‘이 문 아니라 저 문이 열리는 걸 보니, 나는 기자 말고 PD를 해야 하는 팔자인가 보다.’

tvN 재직 당시 인기 연애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를 연출한 이진주 JTBC PD가 4일 서울 마포구 JTBC 상암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그는 자신이 PD가 되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한호 기자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선배는, 13년이 지난 지금도 진주씨를 보면 첫인상 이야기를 한답니다. “너 그때 진짜 특이했지”라고요.

“면접 중에 ‘자기소개 오디션’ 시간이 있었어요. 주어진 시간이 3분. 딱 노래 한 곡 길이잖아요? 그래서 직접 만든 곡을 불렀죠. 끝이 안 보이는 취준 생활을 자조하면서 만든 코믹한 노래였어요. 그게 꽤 눈에 띄었나 봐요.”

자기소개 시간에 노래를, 그것도 자작곡을 부른 겁니다.

“왜 자작곡을 불렀냐고요. 엠넷으로 배정되고 싶었거든요. 엠넷(Mnet)은 음악 전문 채널이잖아요. 제가 워낙 음악을 좋아했거든요. 꼭 공연이나 오디션을 연출해 보고 싶었죠. 매년 ‘마마 어워즈(MAMA AWARDS)’나, ‘슈퍼스타K’는 빠트리지 않고 챙겨 봤거든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윤상 오빠도 만날 수 있잖아요?(웃음)”

맙소사, 이번에도 신은 다른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9주간의 수습사원 기간이 끝나고 진주씨가 배정된 채널은 tvN이었죠. ‘신입 PD 이진주’의 초창기는 험난했어요. ‘대형 사고·저조한 시청률’, PD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들로 얼룩진 시절이죠.

처음 배치된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률도 화제성도 기대와 같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로 맡은 농산물 마케팅 프로도 성적이 저조하긴 마찬가지. 이 PD가 웃으며 그 시절을 떠올립니다.

“엄마마저 제가 만드는 프로를 ‘본방 사수’하지 않았으니까요. 실로 우울했죠.”

PD는 전문가를 묶는 전문가다. 13년 만에 회사를 옮긴 그는 요즘 대선배 송창의 PD(전 tvN 부사장)가 했던 말을 부쩍 자주 떠올린다. 함께 일하는 이들이 맘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판을 깔기 위해 고민한다. 이한호 기자

이진주 PD는 한때 '나영석 키즈'로 불렸다. 지금은 '환승연애'(시즌1·2)라는 성공 신화를 쓴 스타 제작자로 호명된다. 이한호 기자

나는 불만 붙여주면 활활 탈 수 있는 사람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언젠가 알아봐줄까

설상가상. 세 번째로 투입된 팀인 ‘코미디빅리그’에선 대형 사고까지 쳤어요. 한 코너가 끝날 때마다 징을 치는 ‘징맨’에게 콜 사인을 너무 일찍 주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었죠. 하필이면 최고의 인기 코너인 ‘옹달’ 도중이었어요. 코미디언 장동민씨가 한창 몰입해 대사를 읊고 있는데 찬물 끼얹듯 ‘징~’ 소리가 울려 퍼졌죠.

“그런 사고까지 치니 한층 더 소심해졌어요. 남들이 미덥잖게 볼 것 같아 더 움츠러들었죠.”

중요한 건 자신조차 자기를 믿지 못하게 됐다는 거였어요.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자조가 밀려왔습니다.

“나는 불만 붙여주면 활활 탈 수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대학 때 창작 뮤지컬에 들어갈 노래들을 작곡한 적이 있어요. 꼬박 한 달간 여섯 곡을 만들었죠. 축제 당일 제가 만든 곡이 무대에서 불리는 걸 보고, 그다음 날 쓰러졌어요. 작업 막판엔 잠을 아예 안 잤거든요. 입원하면서도 뿌듯했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골방에 틀어박혀 한 달을 지낼 수 있구나. 미친 것처럼 뭔가에 열중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그렇게 자신이 있었는데, PD가 되고 나선 점점 위축됐어요.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언젠간 남들이 알아봐 줄까. 이렇게 영영 기회가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불안했죠.”

자기 의심의 골에 빠져있던 그 무렵, ‘나영석’이라는 기회가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죠.

이진주 PD 커리어 그래프

Chapter2. 전환: 나영석이라는 학교를 만나다

#S2. 옆 동네 유명한 선배가 우리 회사로 온대

시청률 43%의 신화를 쓴 유명한 스타 PD가 같은 회사로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영석 PD였다.

사무실 구석진 자리에 숨어있듯 앉아있던 어느 날, 회사에 온 나 PD가 그를 가리키며 누군가에게 물었다. “쟤는 어때?” 이내 “그저 그래”란 대답이 들렸다. 그런데 나 PD는 맞장구치듯 말했다. “오케이!”

훗날 나 PD는 말했다. “내세우지 않고 숨어있는 모습이 초년병 시절의 자기와 닮았다”고. 그렇게 ‘나 PD 사단’이 돼 처음 만든 프로가 ‘꽃보다 할배’다.

PD가 된 이래 빛을 보지 못했던 그의 심지가 '리얼리티'라는 장르를 만나, 처음으로 불이 붙기 시작합니다. ‘꽃보다 할배’(2013)는 PD로서 진주씨가 자신의 쓸모를 테스트할 첫 번째 시험대였죠. 드디어 편집다운 편집을 해볼 기회가 주어졌으니까요.

그에게 처음으로 떨어진 편집 분량은 ‘이동 신’. 비행기에서 내린 출연자들이 숙소를 찾아가는 대목입니다. 줄곧 걷는 그림(장면)밖에 없어 도저히 ‘재미 포인트’를 뽑아내기 힘든 부분이었죠.

‘하나만 걸려라’라는 심정으로 그는 눈에 불을 켰습니다. 그랬더니 사소한 대목에서 힌트가 보이더랍니다. 네 명의 할아버지가 걷는 모양새에서부터 각자의 성격이 드러났거든요.

직진 순재 vs 막내 일섭

직진 순재 캡쳐

당시 일흔여덟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걷는 배우 이순재씨, 막내인데도 툭하면 뒤처지고 “나 안 가!”를 연발하는 배우 백일섭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이거다 싶었죠.

캐릭터는 혼자일 때보다 완전히 다른 상대와 맞붙을 때 더 강해지는 법. 그렇게 ‘직진 순재’라는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나 PD의 가르침’ ① 너의 강점은 ‘캐릭터 빌딩’에 있어

나영석 PD가 알아본 그의 잠재력은 이거였습니다. ‘캐릭터 빌딩’. 한 인물이 지닌 장점과 특성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재주였죠. 나 PD는 그가 편집한 이동 신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진주야, 재미있다.”

나 PD의 칭찬은 메마른 땅에 내린 단비 같았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꽃보다 할배’를 거쳐 ‘꽃보다 누나’(2013~2014), ‘삼시세끼’(2014)에 이르기까지 진주씨의 편집 능력이 빛을 발했죠.

그 후 4년 동안 그는 출연자에게서 보이는 의외의 면을 입체적인 캐릭터로 세공하는 훈련을 거듭했습니다. 이때 맹훈련한 진주씨의 비기(祕器)는 훗날 ‘환승연애’에 이르러 정점을 찍습니다.

‘나 PD의 가르침’ ② 네가 왜 못해

“이번엔 네가 메인 연출을 맡아 봐.”

함께 일한 지 3년이 될 무렵, 나 PD는 진주씨에게 이렇게 제안합니다. ‘꽃보다 청춘-아프리카 편’(2016) 제작에 들어갈 때였어요. 진주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고작 5년 차에 메인 연출을?’ 그는 겁에 질린 나머지 도망갈 생각 생각까지 했어요.

“영석 선배에게 못하겠다고, 다른 프로그램의 조연출로 보내달라고 말했어요. ‘지금 일하는 스태프들은 다 영석 선배를 보고 일하는데 과연 내 말을 따를까.’ 그런 걱정부터 들었거든요. 그런데 선배가 끝까지 잡았죠. “진주야, 왜 네가 못한다고 생각해? 너 충분히 할 수 있어”라면서. 그땐 그 기회가 어떤 기회인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받았는데, 14년 차가 된 지금 돌이켜보면 제 커리어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에요.”

‘꽃보다 청춘-아프리카 편‘을 맡으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나도 팀을 이끌 수 있구나.’ 자격지심도 극복했죠. 리더로서 시야와 배포를 일찌감치 익힐 수 있었던 건 덤이었고요.

도망치지 않고 메인 기회를 잡은 것, 14년차가 된 지금 돌이켜보면 제 커리어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에요.
도망치지 않고 메인 기회를 잡은 것, 14년차가 된 지금 돌이켜보면 제 커리어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에요.

‘나 PD의 가르침’ ③ 일에서 에고를 빼야 해

다음 과제는 ‘입봉’이었습니다. 기획부터 메인 연출까지 오롯이 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죠. 진주씨가 처음 회사에 제시한 기획안은 연애 프로였어요. 그는 ‘연애 리얼리티’ 방송에 진심이었거든요. 학창시절 ‘1박 2일’은 안 봤어도 ‘산장미팅-장미의 전쟁’만큼은 매번 ‘본방 사수’했죠.

그때 진주씨가 제시한 기획은 딱 한 줄. ‘헤어진 커플들이 한집에 사는 연애 리얼리티.’ 맞아요. ‘환승연애’의 콘셉트입니다. 당시 나 PD의 반응은 단번에 ‘노’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OTT가 흔치 않았잖아요? 연애 프로는 시청률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는 게 이유였어요. TV 채널로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에겐 일반인 출연자의 얼굴과 이름을 연결하기도 어려운데, 누가 누구랑 사귀었는지까지 다 파악하면서 어떻게 보겠냐는 얘기죠. 무엇보다 신인인 저의 첫 ‘입봉작’이니 10% 이상의 시청률이 보장되는 ‘메가급 콘텐츠’를 밀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도 납득했죠.”

그때 진주씨는 배웠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남들도 좋아할 거라고 쉽게 넘겨 짚어 생각하지 않는 태도. 진주씨가 나 PD에게 배운 덕목 중 가장 값지다고 꼽는 것이에요. 그는 당시 나 PD가 늘 강조했던 말을 기억합니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좇아야 해.” 주류나 대세의 취향을 겨냥할 수 있다면, 자신의 주관이나 고집 따위는 얼마든지 버릴 수 있다는 뜻이었죠.

한마디로 ‘일에서 에고(자아·ego)를 뺄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2018년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2’의 배우 박서준(아랫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과 정유미, 윤여정, 이서진, 나영석 PD, 이진주 PD, 김대주 작가가 1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서울호텔에서 열린 공동인터뷰에서 손으로 브이(V)자를 그리고 있다. CJ E&M 제공

‘윤식당2’ 방영 당시 단체 사진. 가운데 검정색 야구모자를 쓴 이가 이진주 PD, 그의 오른쪽이 나영석 PD다. 오래 함께 호흡을 맞춰온 김대주 작가(이 PD 왼쪽)와 출연진인 배우 박서준(아랫줄 왼쪽부터 순서대로)·정유미·윤여정·이서진씨도 보인다.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공동 인터뷰 당시 모습이다. CJ ENM 제공

진주씨는 애초의 기획안은 잠시 서랍에 넣어두기로 합니다. 대신 나영석 사단이 쌓아온 경험을 안전 담보로 삼으면서도, 기존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내놨죠.

그게 ‘윤식당’(2017)입니다. ‘휴양지의 외딴섬에 한식당을 차린다.’ 윤식당은 딱 한 줄로 설명이 가능한 프로예요.

군더더기 없는 기획 취지가 그대로 먹혔습니다. 시즌1의 최고 시청률이 14%를 기록했죠. ‘꽃보다’ 시리즈의 최고 시청률(14.7%)과 맞먹는 수치였습니다. 시즌2는 더 잘됐어요. 최고 시청률이 무려 19%를 찍었습니다. 역대 tvN의 예능 프로 최고 기록을 경신한 수치였죠.

이 경험으로 그는 내 취향이 아닌 주류의 취향을 겨냥하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요리에 비유한다면, 요즘 제철의 재료는 뭔지, 입맛의 트렌드는 어디를 향하는지,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된 겁니다. 연착륙에 성공, 이제 다음 도전을 할 차례였습니다.

이진주 PD 커리어 그래프

Chapter3. 도약: 진짜를 담았다, 그래서 통했다

#S3. 헤어질 결심, 그리고 돌아올 결심

‘역대급’ 흥행 성적을 거두며 ‘윤식당-시즌2’를 마친 뒤, 그의 마음은 이미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었다. 24시간 사방에서 카메라가 돌아가는 ‘리얼리티 프로’ 촬영 현장에서 일한 지 햇수로 8년째였다. 몸과 정신이 너덜너덜했다. 생존과 직결된 고민이 머리를 스쳤다. ‘내가 과연 이 장르를 계속할 수 있을까?’

그러니 한 번쯤은 헤어져 봐야 했다. 리얼리티의 대척점에 있는 드라마 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웬일. 답답했다. PD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통제된 현장에서 촬영을 한다는 장점들이 외려 그를 옥죄었다. 그제야 알았다. 리얼리티야말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라는 걸.

1년이 안 돼 리얼리티 장르로 복귀했다. 그래도 수확이 없진 않았다. ‘리얼리티를 드라마처럼 만들어보자.’ 그는 서랍에 넣어뒀던 기획안을 꺼냈다. ‘환승연애’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예능이 꼭 '웃겨야만 했던' 시대와 지금은 좀 달라요. 웃음보다 중요한 게 공감대죠. ‘환승연애’를 만들 때 주안점을 둔 것도 바로 그거였어요.

‘나도 저런 연애를 한 적 있는데, 나도 정확히 같은 상황에서 싸운 적이 있는데, 나도 비슷하게 헤어졌는데···.’ 이런 감정을 건드리자.”

마침 ‘연애 리얼리티’는 떠오르는 대세였어요. 그가 생각한 차별화의 핵심은 ‘환승’. 단순히 새로운 연애 상대를 찾는 게 아니라 ‘한 번 만났다 헤어진 연인’을 모아 환승과 재회 사이의 갈림길에 놓는다는 설정이었죠.

‘환승연애-시즌2’의 출연자 성해은씨와 정규민씨. 둘은 무려 6년 4개월을 만났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큰 화제가 됐던 커플이다. 프로그램은 20대의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이 두 사람이 완전하게 이별하는 과정을 절절하게 보여줬다. 특히 성해은씨는 ‘해은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2030 여성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받았다. 티빙 제공

‘환승연애-시즌2’의 출연자 성해은씨와 정규민씨. 특히 성해은씨는 ‘해은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2030 여성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받았다. 티빙 제공

일단 캐스팅이 중요했어요. 내 친구 같기도 하면서, 절절한 연애를 경험해 본 출연자를 찾아야 했죠. 작가들이 6개월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지고 뒤졌어요. 이 기간 보낸 메시지만 2만 건에 달할 정도였죠. 그렇게 추린 최종 캐스팅 후보를 두 번 이상씩 만나 충분히 대화했어요.

실제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그는 대체 이 프로가 어떻게 될지 좀처럼 예상되지 않았습니다. ‘환승연애라는 제목이 주는 선입견처럼 자극적인 매운맛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죠. 찍어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출연자들의 연애 감정도 제작진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죠.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끝난 연애에 대한 미련으로 힘들어 하는 출연자들 사이에 묘한 동지애가 싹트는가 하면, 전 연인과 지독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자신의 결핍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한 프로그램 안에서 미움과 애증, 사랑과 우정, 수치심과 성장이 공존했죠. ‘환승연애’가 생생한 청춘 드라마로 완성된 비결입니다.

일반인 출연자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빌드업’하고, 세밀한 감정선의 교류를 포착하는 제작 방식 덕이었죠. 그간 진주씨가 PD로서 쌓아온 모든 커리어 자산이 ‘환승연애’의 디테일로 구현된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환승연애’를 만든 성공 요소들을.

이진주 PD 커리어 그래프

Chapter4. 절정: 커리어 하이 ‘환승연애’ 시즌1·시즌2

① 감정 : 최고조의 순간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모든 스토리텔링은 ‘화자’가 가장 중요합니다. 진주씨는 “출연자들의 인터뷰가 가장 중요한 서사의 뼈대”라고 말해요. 남들 앞에선 밝히지 못했던 속마음, 지나고 보니 더 선명해진 찰나의 감정이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니까요.

‘환승연애’ 출연자들은 인터뷰룸에서 웃고 울고 설레고 분노하며 진심을 표출합니다. ‘당시의 내 행동을 후회한다’, ‘그때의 나는 이기적이었다’는 솔직한 고백도 이어지죠.

인간의 감정은 시시각각 변해요. 그래서 인터뷰 시점을 잡는 게 굉장히 까다로웠다고 합니다.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미묘한 타이밍 싸움이었다고 할 정도니까요.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은 그야말로 초단위로 양상이 바뀌거든요.

이를테면 A라는 출연자가 B라는 출연자를 좋아해요. 근데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너무 커요. 만약 A가 B의 나이를 알게 되면 그 감정이 변할 수도 있겠죠. 근데 나이 공개가 오늘 저녁이다? 그럼 지금 당장 A의 인터뷰를 따야 해요.

나이 공개가 끝난 다음 인터뷰를 하게 되면, A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B를 좋아할 때의 그 감정이 나올 수 없거든요. 감정이 다 사라진 다음에 ‘그때 어떠셨어요?’라고 물으면 연기를 시키는 꼴밖에 안 되니까요. 진심이 아닌 걸 담을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출연자의 마음이 진짜여야 시청자도 몰입이 될 테니까.”

다른 연애 프로그램에서 쉽사리 적용하기 어려운 방식이죠. 번거로우니까요. 대개 촬영이 모두 끝난 다음 몰아서 하거나, 특정한 시간대를 정해 놓고 출연자를 순서대로 부르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하죠. 반면 ‘환승연애’ 팀은 감정에 불이 붙은 최고조의 순간, 그 사람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환승연애의 시그니처, 인터뷰룸

명대사가 쏟아졌던 환승연애의 인터뷰룸. 제작진은 출연진을 몰입을 위해 제주도 로케이션 현장에 이 인터뷰 세트를 가져갔다. 이 공간은 감정의 폭풍을 겪는 출연자들에게 상담실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② 편집 : 전지적 시점

‘환승연애-시즌1·2’의 제작 시스템은 ‘출연자’를 구심점으로 삼았어요. 출연자 한 명당 PD와 작가가 한 명씩 붙어 그를 ‘전담 마크’했죠. 편집 분량도 전담 PD에게 몰아줬어요. 처음엔 작업의 효율성 면에서 택한 방식이지만, 나중엔 이것 자체가 경쟁력이 됐습니다.

“출연자가 정해지면 PD들끼리 모여서 각자 누굴 담당하고 싶은지 직접 선택해요. 본인이 가장 잘 몰입할 수 있는 출연자를 고르는 거죠.

담당을 정하고 나면 다들 자기가 맡은 출연자가 더 매력적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편집을 해요.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의 감정선이 개연성 있게 드러날 수 있을까를 각자 치열하게 고민하죠. 그러다 보니 나중엔 출연자와 담당 제작진의 자아가 ‘동기화’되는 수준에 이르더라고요.”

소설로 치면, 편집은 곧 ‘작가의 필체’와도 같습니다. PD가 어떤 시선으로 출연자를 바라보는지가 편집 스타일에 고스란히 드러나죠. 그게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만들기도 하고요. ‘환승연애’가 ‘악마의 편집’ 논란에서 자유로웠던 이유죠. ‘감정선’이라는 맥락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전지자’의 편집 덕분입니다.

어떤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출연자들의 감정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있는 경우도 있잖아요. 자르고 생략하는 과정에서 맥락이 훼손되면 발생하기 쉬운 부작용이죠. 이런 디테일의 차이가 시청자가 출연자에게 감정 이입할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③ 음악 : OST만 130여 곡

‘환승연애’의 배경음악은 이미 발표된 곡들이 아닙니다. ‘환승연애’만을 위해 자체 제작한 노래들이죠.

드라마 ‘결혼계약’, ‘옷소매 붉은 끝동’의 사운드를 맡았던 노형우 음악감독이 사운드트랙 제작에 직접 참여했어요. 드라마 음악을 담당하던 전문가가 예능에 투입된 건 이례적인 일이었어요. 진주씨의 야심 찬 한 방이었죠.

“음악은 편집자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예요. 같은 장면에도 어떤 음악이 깔리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신이 되니까요.

그래서 전 연출자로서 매우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음악을 고르는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노형우 음악감독에게 출연자의 캐릭터를 미리 보여주고, 주요 서사까지 상세하게 설명했어요.

그걸 바탕으로 시즌2에서는 130여 곡이 탄생했죠. ‘환승연애’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할 수 있었던 건, 직접 제작한 음악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해요.”

‘환승연애-시즌1’의 명장면. 한 출연자(왼쪽)가 전 연인에게 남은 미련으로 힘들어 하자, 그를 담당하던 PD가 달려가 우산을 씌워주며 달랬다. 이진주 PD는 출연자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는 자막이나 음악, 패널의 반응을 넣지 않았다. 출연자의 감정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하기 때문에 편집 요소를 걷어낸 거다. 티빙 제공

‘환승연애-시즌1’의 명장면. 한 출연자(왼쪽)가 전 연인에게 남은 미련으로 힘들어 하자, 그를 담당하던 PD가 달려가 우산을 씌워주며 달랬다. 이진주 PD는 출연자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는 자막이나 음악, 패널의 반응을 넣지 않았다. 출연자의 감정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하기 때문에 편집 요소를 걷어낸 거다. 티빙 제공

④ 형식 : 러닝타임 3시간이라는 파격

‘환승연애-시즌 1·2’의 편당 러닝타임은 최대 3시간입니다. 60초도 안 되는 숏폼 동영상에 맞춰 집중력이 쪼그라든 시대에 장장 3시간이라니.

시청자의 반응은 의외였어요. 러닝타임이 길수록 반응이 좋았죠. 온라인에서 “아싸, 오늘은 3시간. 저번보다 20분 늘었음” 하며 열광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거든요. 이유가 뭘까요.

“사람마다 몰입하는 서사가 다 다르거든요. 누군가는 6년의 장기 연애에 몰입할 테고, 또 누군가는 무성한 뒷말에 고통받았던 캠퍼스 커플에 이입될 거예요. 뷔페를 만든다는 생각이었어요. 최대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서 골라 즐기게 하자.

OTT 시대로 넘어오며 완전히 달라진 사람들의 시청 습관을 고려한 결과기도 했어요. OTT 시청자들은 틀어주는 대로 보지 않아요. 나한테 흥미 없는 장면은 과감히 ‘스킵’하고, 내 맘에 드는 장면은 몇 번이고 돌려 보죠. 그러니 마음 놓고 길게 만들어 봐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 ‘환승연애 시즌2’는 사회현상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습니다. 방영 당시엔 온라인에 공개되는 방송 클립마다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찍었고, 심지어는 방송을 보며 오열하는 시청자들의 ‘리액션 영상’도 유행했어요.

이 시리즈는 티빙(TVING)의 역대 오리지널 프로그램 중 누적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달성했습니다. tvN에 따르면, 그 기록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어요.

Epilogue.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돌아갈 고향

#S4. 진짜를 향한 본능

그의 과거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마치 현재를 예언하는 듯한 장면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스물네 살의 이진주는 한 신문사의 최종 면접 자리에 앉아 있었다. 면접관이 물었다. “당신은 사회부 기자다.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연락과 대형 화재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회사의 연락을 동시에 받았다.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나란히 앉은 응시자들이 찍어낸 듯 똑같은 답을 했다. “지체 없이 사건 현장으로 뛰어가겠습니다. 어머니도 아마 그걸 원하실 겁니다.”

그는 납득할 수 없었다. ‘저렇게 뻔한 거짓말을 요구하는 질문을 왜 하는 걸까?’ 결국 혼자만 다르게 대답했다. “믿을 만한 동료 기자에게 현장을 맡기고 위급한 엄마한테 가겠습니다.”

결과는 탈락. 억울했다. 화도 났다.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뒤이어 본 다른 언론사의 면접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그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합격이 아무리 간절하다 한들 ‘진심’이 아닌 답을 하긴 싫었으니까.

“국문과에서 판소리를 배울 때 이걸 느꼈어요. 우리 민족은 이야기에 미친 민족이구나.

상상해 보세요. 판소리 레퍼토리는 몇 개 안 돼요. 그러니까 맨날 똑같은 노래와 이야기를 장날에 갈 때마다 들은 거죠. 매번 같은 대목에서 슬퍼하고 쾌감을 느끼면서 같은 결말에 이르러 매번 울고 웃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

그때 알았어요. 좋은 이야기엔 그런 힘이 있다는걸.”

꾸며낸 이야기가 너무 많아진 시대, 진주씨는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돌아갈 하나의 고향이 있다면, 그건 바로 ‘진정성’일 것이라고요. ‘진짜만을 담겠다’는 진주씨의 직업 철학은,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소신에 맞게 대답하고 고배를 마셨던 취준생 시절부터, 절대로 출연자에게 ‘척’을 요구하지 않는 리얼리티 예능 PD가 되기까지. ‘진짜를 향한 진심’은 진주씨의 삶을 움직인 가장 큰 힘이죠.

“PD는 전문가를 묶는 전문가다.” 13년 만에 회사를 옮긴 그는 요즘 대선배 송창의 PD(전 tvN 부사장)가 했던 말을 부쩍 자주 떠올린다. 함께 일하는 이들이 맘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판을 깔기 위해 고민한다. 이한호 기자

“PD는 전문가를 묶는 전문가다.” 13년 만에 회사를 옮긴 그는 요즘 대선배 송창의 PD(전 tvN 부사장)가 했던 말을 부쩍 자주 떠올린다. 함께 일하는 이들이 맘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판을 깔기 위해 고민한다. 이한호 기자

지난해 1월, 그는 그런 본능을 따라 13년 몸담았던 tvN을 떠나 JTBC로 적을 옮겼습니다. 화려하게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을 때, 이별을 결심한 거죠.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PD 커리어의 역작인 ‘환승연애’라는 정체성을 두고 나와야 했던 게 아쉽지 않은가요?” 제대로 이별하지 못한 사랑처럼, 혹시나 미련은 남지 않았는지 물었어요.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러다 오만한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더 컸어요.

성취의 패턴을 답습하다 보면 그 안에 안주하게 될 것 같았거든요.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니 다시 순수한 시작점에 선 기분이에요.

새 프로를 앞두고 있거든요. 오랜만에 겸허한 마음이 들어요. ‘우리 팀의 새 작품이 잘 됐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많이 봐주면 좋겠다.’ 요즘엔 그런 생각밖에 없어요.(웃음)”

진주씨가 올해 3월 JTBC·웨이브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도 연애 리얼리티입니다.

‘연애남매’라는 제목이죠. 혈육인 남매가 함께 각자의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습니다. 남들 앞에서는 가족이 아닌 척, 모른 척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는 ‘전우’가 되어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남매의 모습이 담길 예정이라고 해요.

‘환승연애’가 청춘 드라마였다면 ‘연애남매’엔 가족 드라마 같은 분위기가 있다고요. 그가 말하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전작의 흥행이 워낙 컸기에 부담이 될 법도 하겠죠. 그런데도 그는 오랜만에 긴장감으로 잔뜩 팽팽해진 지금 이 ‘싱싱한 초심’이 그저 좋다고 합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행운이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상승세의 기운을 타던 tvN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것도, 그곳에서 나영석 PD를 만난 것도 ‘윤식당’과 ‘환승연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전부 행운이었다고 말이다.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아진 지금은 그 운을 아래로 나누고 있다. 이한호 기자

그는 인터뷰 내내 "행운이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상승세의 기운을 타던 tvN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것도, 그곳에서 나영석 PD를 만난 것도, ‘윤식당’과 ‘환승연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전부 행운이었다고 말이다.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아진 지금은 그 운을 아래로 나누고 있다. 이한호 기자

마지막 질문, 그는 자신이 깬 맨땅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요.

“아무도 모르는 골목에 숨어 있어도, 오직 입소문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맛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대로 된 맛집은 아무리 외딴곳에 숨어 있어도 발견되잖아요.

제겐 ‘환승연애’가 그런 맛집이었어요. 계급장 다 떼고 맨몸으로 시장과 대결해 얻은 승부였죠.”

주기적으로 자신이 만든 성공의 패턴을 허물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사람, 이런 사람이 차려내는 밥상엔 어쩐지 반칙이 없을 것 같습니다. 베끼거나 흉내 낸 것이 없는 ‘이진주표 원조의 맛’, 그의 새 밥상이 기대됩니다.

Edi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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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그래프

목차

  • Chapter1. 발단: 시청률 저조에 대형 사고...
  • Chapter2. 전환: 나영석이라는 학교를 만나다
  • Chapter3. 도약: 진짜를 담았다, 그래서 통했다
  • Chapter4. 절정: 커리어 하이 ‘환승연애’ 시즌1·시즌2
  • Epilogue.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돌아갈 고향
이진주 PD 프로필

이진주 PD

2011년 CJ ENM의 tvN 1기로 입사해 ‘꽃보다 할배’,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을 연출했다. 나영석 사단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2017년 ‘윤식당’으로 공식 입봉, 이후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시즌1·2를 제작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현재 JTBC로 이적해 새로운 연애 프로그램 ‘연애남매’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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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

진주씨는 나영석 PD에게 배운 것으로 '일에서 에고(ego·자아)를 빼는 법’을 꼽습니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 것’을 일방적으로 고집해 반영시키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가르침이었죠. 당신의 일을 지배하는 ‘에고’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자주 부리는 고집(혹은 아집)은 또 뭔가요.

Q. 2

진주씨는 PD를 두고 ‘전문가를 묶는 전문가’라고 일컫습니다. 묶고 연결하는 협업 근육이 강해야 한단 뜻이죠. ‘환승연애’의 흥행 비결도 ‘환상적인 팀워크’에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주안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Q. 3

2023년, 진주씨는 tvN에서 JTBC로 이적하며 '컴포트존(comfort-zone)'을 벗어나겠다는 결심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당신이 이미 편안함을 느끼는 컴포트존은 어디인가요. 언젠가 성장을 위해 이 컴포트존을 벗어나게 된다면, 어떤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