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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채' 안은진도 위로받은 '연인' 남궁민의 그 대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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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줘야지, 괴로웠을 텐데."
병자호란으로 청나라 포로가 됐다가 돌아온 길채(안은진)에게 장현(남궁민)은 이렇게 말한다.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나도 사랑할 수 있는지"라고 묻는 길채의 질문에 대한 답. 이 장면은 전쟁이란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사랑을 그린 MBC 드라마 '연인'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대본 보자마자 남궁민 선배님에게 '그 대사 보셨어요?' 했어요. 길채가 지금까지 달려온 것을 위로받는 기분이었어요." 21일 '연인' 종영 인터뷰로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은진(32)도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로 이 대사를 꼽았다.
길채는 사극에선 보기 어려웠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다. 한마디로 들꽃 같은 생명력을 지녔다. 극 초반 '철부지 애기씨'에서 전쟁과 (나중엔 오해로 밝혀지는) 장현의 죽음으로 각성한다. 식구들을 위해 악착같이 일하고 청나라에서 돌아온 뒤에는 '환향녀'란 편견에도 맞서 싸운다. 그래서 '연인'은 말 그대로 '길채의 성장기'다.
안은진이 어려움을 겪었던 건 드라마 초반 길채의 연기 톤이었다. 길채는 "에구머니나"와 같은 의성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고, 거울을 보면서도 태연하게 "(내 미모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하는 다소 맹랑한 성격이다. 안은진은 "악의는 없지만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도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다"며 "철없지만 사랑을 받은 길채를 그려야 그 뒤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안은진의 이런 계산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파트 2부터 전개된 길채의 고난 서사는 '애기씨'와는 완전히 대비됐다. 그는 청나라에 끌려가 포로 시장에 팔리기 직전의 신을 찍으면서는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경험 못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열연을 펼친 남궁민의 도움도 컸다. 안은진은 "파트너로서도 너무 단단한 분이시라 내가 좀 흔들려도 (함께하는) 신이 완벽할 거란 믿음이 강해 마음 놓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는 그의 말처럼 장현과 길채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최고 시청률 12.9%(최종회,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은 만큼 어떤 이별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특히 길채가 장현을 버리고 떠난 파트 1 결말에 대해 안은진은 "내가 'K장녀'라서 상황이 너무 이해됐다. '바람 같은 사내와 우리 가족이 함께 살 수 있을까' 고민했을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장현과 길채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장현이 기억을 잃고도 길채가 들려준 '함께 살고 싶은 집'을 꾸며놓고 길채를 오래도록 기다리는 장면은 뭉클함 이상의 감동을 전해줬다. 안은진은 "내게는 100점짜리"라고 웃으며 말했다.
'연인'은 길채의 성장기였지만, 배우 안은진의 가능성을 돋보이게 한 작품이기도 했다. 그는 2012년 뮤지컬로 데뷔한 뒤 2018년부턴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 '나쁜엄마'(2023) 등 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연인'으로 정말 진하게 희로애락을 느꼈어요. 주변에서 '은진아, (연인으로) 연기 근육이 많이 늘었을 거야' 하시더라고요. 이제 막 촬영이 끝나 체감하진 못하지만,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할까 기대되고, (스스로) 얼마나 더 단단해졌을까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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