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대표 자진 사퇴... 영풍제지 사태 책임

"대규모 미수채권에 도의적 책임"
16일 이사회에서 후속 조치 논의

황현순(왼쪽) 키움증권 대표이사가 4월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시장현안 소통회의에 참석해 기자들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황현순(56) 키움증권 대표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9일 키움증권은 보도자료를 통해 "황 대표이사가 대규모 미수채권 발생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16일 이사회에서 황 대표의 사임 의사에 따른 후속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발생한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4,000억 원대 손실이 발생했다. 고객에게 주식 살 돈을 단기 외상으로 빌려주고(미수거래) 받지 못한 금액이다. 주가 폭락으로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고객 계좌에 있는 주식을 강제로 팔아(반대매매) 빚을 회수하지만, 영풍제지가 거래 재개 이후 6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반대매매가 쉽지 않았다. 6일까지 키움증권이 반대매매로 회수한 돈은 610억 원에 불과하고, 4,333억 원이 미수금으로 남아있다.

키움증권은 사전에 영풍제지에 대한 미수거래를 차단하지 않아 '리스크 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다른 주요 증권사는 올해 상반기부터 영풍제지의 미수거래를 막았다. 4월 차액결제거래(CFD) 하한가 사태 때 적발된 신종 시세조종처럼 영풍제지 주가가 장기간 우상향하자,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 키움증권은 CFD 사태 때도 김익래 전 회장이 주식을 하한가 사태 직전에 매도해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았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