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스페이스X'에 밀리자, CEO 내쫓은 베이조스…갑부들의 '우주 전쟁'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밀리자, CEO 내쫓은 베이조스... 갑부들의 '우주 전쟁'

입력
2023.09.26 16: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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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 블루오리진 CEO 교체... "사실상 경질"
'우주 탐사 후발주자' 머스크에 대한 반격 개시

우주탐사산업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일론 머스크(왼쪽 사진) 스페이스X 의장과 제프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의장. 머스크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이끌고 있고, 베이조스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을 창업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의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이 25일(현지시간) 돌연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블루오리진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가 2000년 설립한 회사다. 베이조스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밥 스미스 현 CEO를 대신해 데이브 림프 아마존 수석 부사장이 12월부터 새 CEO로 합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마존 디바이스·서비스 부문을 총괄해 온 림프 부사장도 별도 입장문을 내고 "블루오리진에 입사한 지 6년"이라며 "우리가 성취한 모든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베이조스와 림프는 블루오리진 CEO 교체 사유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상 스미스 CEO의 경질이라는 데엔 이견이 별로 없는 분위기다. 블루오리진은 지난해 9월 무인 캡슐 장착 로켓 발사에 실패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도 로켓 엔진이 발사 테스트 도중 폭발하는 사고를 냈다. 실패의 역사만 거듭 기록한 셈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경쟁사 '스페이스X'가 유인우주선을 일곱 번이나 쏘아 올리는 등 성공 기록을 써 내려간 것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우주산업 주도권 둘러싼 기싸움 '새 국면'

이런 탓에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우주 개척' 경쟁도 다시 집중 조명되고 있다. 이날 기준 블룸버그 억만장자 순위 1위, 3위에 각각 오른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실리콘밸리의 오랜 라이벌이다. 2021년 베이조스를 밀어내고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한 머스크는 우주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고, '우주 개척자'라는 이미지도 얻었다. 블루오리진의 이번 CEO 경질은 사실상 머스크에 대한 베이조스의 '반격 개시'에 가깝다. 우주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두 갑부의 기싸움이 새 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스타링크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우주 탐사와 관련, 지금은 명실상부한 머스크의 시대다. 하지만 먼저 성공하고 주목받은 건 베이조스였다. 그는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의 대성공으로 1999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 됐다. 머스크가 같은 영예를 안은 건 그로부터 22년이 흐른 2021년이다.

두 사람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는 2000년대 초반 형성됐다. 머스크는 베이조스가 2000년 블루오리진 설립과 함께 시작한 민간 우주탐사산업에 2002년 스페이스X를 만들면서 뛰어들었다. 출발은 늦었지만,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과학자들을 대거 영입하는 과감한 투자로 단번에 회사를 블루오리진과 비슷한 반열에 올려놨다. 그리고 얼마 안 돼 후발주자였던 머스크가 오히려 우위를 점했다. 2013년 나사의 로켓 발사대 장기 임대 건을 두고 맞붙었을 때, 스페이스X가 계약을 따낸 게 대표적이다.


스페이스X 우위 구도, 균열 생기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졌다. 스페이스X는 2019년 이후 재사용 로켓을 활용한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4,000개나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엔 우크라이나에 위성 인터넷 통신을 제공하면서 머스크에게 대통령급 권력까지 안겼다. 그사이 테슬라도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로 성장했다. 반면 베이조스는 블루오리진 사업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은 데다, 2021년 아마존 CEO에서 물러나면서 존재감이 더 희미해졌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블루오리진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최근 블루오리진이 나사의 달 착륙선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스페이스X의 일방적 우세 구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이조스는 나사에 "지원비를 당초 약속보다 적게 받겠다"고까지 구애한 끝에 2년 전 스페이스X가 가져갔던 사업을 어렵게 따냈다. 이에 따라 블루오리진도 스페이스X처럼 나사와 함께 유인 달 탐사에 나서게 됐다.

경쟁 구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머스크와 베이조스 간 가열되는 자존심 싸움을 미국 사회도 반기고 있다. 이들 간 치열한 경쟁이 결국에는 우주탐사산업 발전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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