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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 시각 장애로 절망…안내견 만나 희망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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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갈수록 커져요. 제가 나태하면 도담이는 밥을 못 먹잖아요.
시각장애인 고예진씨
급성 망막색소변성증으로 10여 년 전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고예진(33)씨에게 안내견 도담이는 '동반자'다. 망막 내 시각세포의 광수용체 기능에 문제가 생겨 시각을 잃게 되는 병에 갑작스레 걸린 그는 절망했다. 하지만 7년 전 도담이와 만난 뒤 길을 혼자 걷는 두려움을 이겨냈다. 도담이가 안내하면 하얀색 지팡이로 보도를 두드리다 사람을 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자동차에 치일까 겁내지 않아도 됐다.
고씨도 도담이의 견생 7년을 뒷받침할 수 있게 든든한 가족 역할을 해내는 중이다. 그는 장애인 상담과 일본어 학습서 점자 번역일을 하며 도담이를 돌본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6시에 기상해 도담이의 아침밥을 챙겨주고 산책도 한다. 고씨는 "도담이는 나를 위해 태어난 것 같다"며 "도담이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열심히 살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삼성이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의 뜻에 따라 세운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가 30주년을 맞았다.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시각장애인 파트너, '퍼피워커'(안내견 사회화 위탁 가정), 은퇴견 입양가족 등이 모여 안내견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장애 인식 개선과 변화 등 선한 영향력을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가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
안내견 학교는 1993년 설립 후 안내견 280마리를 길러냈다. 1994년 첫 안내견 '바다'를 배출해낸 뒤 매년 12~15마리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분양하고 있다. 현재 76마리가 활동 중이다.
이 전 회장은 안내견 사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1993년 6월 '신경영'을 선언하자마자 같은 해 9월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 학교를 세웠다. 그는 생전 "삼성이 처음 개를 기른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면서 "시작은 보잘것없지만 우리의 노력이 널리 퍼져 나감으로써 국민 전체 의식이 높아질 수 있다"며 안내견 사업의 의미를 강조했다고 한다.
실제 안내견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선 여럿의 힘이 필요하다. 안내견이 태어나면 안내견 학교에서 8주 동안 관리한다. 8, 9주 된 강아지들을 자원봉사 가정에 1년 동안 돌봄을 맡겨 다양한 사회화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자원봉사자의 품을 떠나 안내견 학교에 돌아온 강아지들은 건강 검진, 성격 진단 등을 거쳐 본격 안내견 훈련 과정을 밟는다. 각종 도로와 교통수단에 대비해 여러 환경에서 시각 장애인을 안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혹독한 훈련의 통과율은 불과 35%. 한 해에 12~15마리만 안내견 시험에 통과한다. 이날 기념식에서 자신들이 키운 강아지가 안내견으로 성장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지켜본 자원봉사자들도 아쉬움과 대견함에 눈물을 흘렸다.
안내견의 평균 활동 기간은 7, 8년. 평균 수명이 13.9세인 안내견의 건강을 고려해 은퇴 이후엔 일반 가정에서 돌봄을 받도록 한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도 지난해 12월 은퇴 안내견인 새롬이를 입양했다.
도담이도 내년에 은퇴가 결정됐다. 그래서 고씨는 올해부터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에 도담이와 함께 보낸 일상과 추억을 글로 남겨두고 있다. 도담이와 함께하며 얻은 용기로 '웹 소설 작가'라는 새로운 꿈에 도전 중이다. 고씨는 "장애의 벽을 넘어 평범한 사람들처럼 삶을 즐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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