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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산불 사망자 93명... “100년 만의 최악 화마, 기후변화·인재 겹친 ‘복합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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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관광지인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을 덮친 초대형 산불로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이처럼 '파괴적 재난'을 초래한 원인을 단지 기후변화로만 볼 수 없는 정황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뭄이 불을 붙이고 태풍이 부채질한 자연재해인 건 맞지만, 손쓸 새도 없이 화재 규모가 커진 데엔 미흡한 사전 예방 조치와 부실 대응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후변화와 전형적인 인재(人災)가 겹친, '복합 재난'이라는 얘기다.
12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하와이 산불 발생 닷새째인 이날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93명으로 집계됐다. 85명이 숨졌던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산불의 희생자를 넘어섰다. 실종자 수도 1,000명 이상으로 추정돼 인명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화마(火魔)는 섬을 그야말로 초토화했다. 주요 피해 지역이자 관광 명소인 라하이나에서만 2,170에이커(8.78㎢)가 불탔는데, 이는 한국 여의도 면적(2.9㎢)의 약 3배다. 재산 피해 규모도 60억 달러(약 7조9,900억 원)에 육박한다. 미 언론들은 "453명의 사망자를 낳은 1918년 미네소타 북부 산불 이후 '100여 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을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를 넘어서는 재난'으로 본다. 산불은 이상기후에 따른 극심한 가뭄으로 토양이 메마른 상태에서 허리케인 '도라'가 일으킨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졌다. 그러나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도 컸다. 특히 산불 경보 사이렌을 조기에 울리지 않은 건 뼈아픈 대목이다.
하와이주는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주 전역에 약 400개의 옥외 사이렌 경보기를 갖추고 있다. 마우이섬 내에만 80개가 있다. 그런데도 화재 첫날 사이렌은 전혀 울리지 않았다. 하와이 재난관리청도 "주정부나 카운티의 어느 누구도 사이렌 작동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라하이나에 사는 콜 밀링턴은 "휴대폰에 뜬 비상경보에는 대피하란 말이 전혀 없었다. 쓸모없는 경고였다"고 CNN에 말했다. 질 토쿠다 하와이주 하원의원(민주)은 "주정부가 화재 속도와 치명률을 과소평가했다"고 일갈했고, 뉴욕타임스는 "하와이가 세계 최대 규모의 경보 시스템을 실제 긴급 상황에서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와이주 검찰은 산불 발생 전후 당국 대처에 대해 종합적 수사에 착수했다.
화재에 취약한 환경도 피해를 키웠다. 과거 마우이섬 주민들은 관상용 혹은 소 방목의 용도로 불에 잘 타는 외래종 식물을 섬으로 들여왔다. 하지만 농업 활동이 줄면서 농지 관리는 부실해졌고, 가연성 높은 이 식물들을 방치한 결과가 산불의 불쏘시개 및 확산 역할을 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클레이 트라우어니히트 하와이대 화재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기후변화는 세계적 사안인 반면, 잔디 관리는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지역적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WP는 "인간이 초래한 복합적 재난"이라고 표현했다.
문제는 이미 마우이섬을 집어삼킨 산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길의 재확산 위험 때문이다. 실제 전날 오후 6시 10분쯤 라하이나에서 북쪽으로 약 7㎞ 떨어진 카아나팔리에서 또 다른 화재가 발생했다. 약 2시간 20분 만에 진압됐지만, 후속 화재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땅속의 불' 위협도 있다. 마우이에서 소방관들과 동행해 화재 현장을 촬영 중인 전문 사진작가 대니얼 설리번은 CNN에 "현재 토양 온도가 섭씨 82∼93도"라며 "불을 껐다고 생각되겠지만, 땅속에선 나무 뿌리가 타고 있어 어디서든 불이 튀어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전날 오후 3시 기준 라하이나 지역의 불길 85%가 진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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