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 참아”…인공지능(AI)에 뿔난 미 할리우드 '장외투쟁'

입력
2023.08.05 14:00

미 할리우드 작가 및 배우, 동반 파업
자신들의 창작물로 AI 무단 학습은 불허
사전 허락과 사용료 지불은 당연
[아로마스픽(54)]7.31~8.4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반도체(Semiconductor), 보안(Security)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작가와 배우들이 2일(현지시간) 뉴욕 시내에서 인공지능(AI) 유입에 따른 권리보장과 처우개선 및 실시간재생(스트리밍) 플랫폼의 재상영분배금 정산 등을 제작사 측에 요구하면서 길거리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작가와 배우들이 2일(현지시간) 뉴욕 시내에서 인공지능(AI) 유입에 따른 권리보장과 처우개선 및 실시간재생(스트리밍) 플랫폼의 재상영분배금 정산 등을 제작사 측에 요구하면서 길거리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작가들에게 허락받고 사용료까지 지불하라.”

단단히 뿔이 났다. 공들인 작품이 무단 사용되면서 침해당한 자신들의 저작권을 지키겠단 분명한 의지로 들렸다. “인공지능(AI) 학습에 자신들의 작품이 허락도 없이 사용되고 있다”며 권리 주장에 나선 미국 할리우드 작가들의 아우성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단 얘기였다. 이런 강경한 목소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날 보도된 WSJ에 따르면, 이달 마거릿 애트우드와 제임스 패터슨 등을 포함한 수천 명의 미국 작가들은 주요 AI 업체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AI 학습에 작가들의 작품을 사용할 경우 우리에게 허가를 받고 사용료까지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패터슨은 WSJ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의 작품 200여 편이 AI 학습에 무단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창작자들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말 출시된 오픈AI의 ‘챗GPT’를 계기로 개막된 생성형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예견됐던 부작용이다. 기존 텍스트부터 오디오와 이미지, 동영상, 음악 등을 기반으로 한 심층 학습으로 유사 콘텐츠 생산이 기본 방식인 생성형 AI 속성 때문이다.

법정 공방도 진행 중이다. 앞서 유명 코미디언 겸 작가인 세라 실버먼 등 작가들은 “AI 학습에 무단 복제된 작품들이 사용됐다”며 오픈AI와 메타(옛 페이스북) 등을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각 기업에서 저작권이 있는 책들을 불법 소장한 '그림자 도서관'을 통해 AI를 학습시키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AI와 인간의 본격적인 충돌은 세계 영화의 산실인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불거졌다. 할리우드 영화 및 방송 프로그램 작가로 구성된 미국작가조합(WGA)은 지난 5월 2일부터 AI 유입에 따른 권리보장과 처우개선 및 실시간재생(스트리밍) 플랫폼의 재상영분배금 정산 등을 제작사 측에 요구했지만 협상 결렬로 파업에 돌입했다. 배우조합인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또한 기본급 인상과 더불어 AI 도입에 따른 배우들의 권리보장 등을 제작사 측에 요청했지만 접점 찾기에 실패, 지난달 14일부로 파업에 들어갔다. 할리우드의 양대 노조인 두 조합의 동반 파업은 지난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콘텐츠 제작 확대 방침을 내비친 넷플릭스는 최근 자사 채용 홈페이지에 ‘머신 러닝 부문 제품 관리자’란 제목의 구인 공고를 게재하고 인력 모집에 나섰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콘텐츠 제작 확대 방침을 내비친 넷플릭스는 최근 자사 채용 홈페이지에 ‘머신 러닝 부문 제품 관리자’란 제목의 구인 공고를 게재하고 인력 모집에 나섰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파장 역시 상당하다.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당장 다음 달 18일로 예정됐던 에미상 시상식이 연기될 조짐이다. 현재 파업 중인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조합의 시상식 불참이 기정사실화하면서다. 에미상 시상식 연기는 지난 2002년 9·11 테러 여파로 미뤄졌던 이후 처음이다. 에미상의 정확한 향후 개최 시점은 두 노조의 향후 협상 일정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 주관의 에미상은 'TV 아카데미상'으로 알려진 방송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미국에서 한 해 동안 방송된 TV 프로그램이 수상 대상이다.

두 조합의 이번 파업으로 막대한 피해도 점쳐진다. CNN에 따르면, 비영리 독립 기관인 밀컨 연구소에선 두 조합의 동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적 손실만 40억 달러(약 5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제작자 측은 "양쪽 노조와 상호 이익이 되는 거래를 위한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생계와 직결된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커져 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상호 불신부터 쌓이고 있다. 실제,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는 최근 AI 관련 제품 관리자 채용 공고를 자사 사이트에 게재했다. 사실상 AI 관련 콘텐츠 제작 확대 방침을 천명한 셈이다. 해당 분야 직책의 연봉 수준도 고액인 30만~90만 달러(한화 약 3억8,000만~11억6,000만 원)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에 출연했던 배우 롭 델라니는 "1년에 90만 달러 수입이면 35명의 배우와 그 가족이 SAG-AFTRA의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AI 부서의 1명에게 그 정도 금액을 준다는 게 끔찍하다"고 온라인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인터셉트에 토로했다. 드라마 작가인 엘리자베스 벤저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우들의 AI 우려에 맞서 넷플릭스는 고액 연봉의 AI 채용을 올렸다"며 "이걸 보니 속이 뒤집어진다"고 저격했다. 이어 "인류의 미래는 인간성을 보존하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 동지 여러분, 힘내자"고 적극적인 파업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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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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