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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 아동' 12% 이미 숨졌다... 생존 파악 안 된 814명 경찰 수사

입력
2023.07.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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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신생아번호 아동 2123명 전수조사
생존 확인 '절반 이하'… 최소 249명 사망
7명은 범죄 피해 확인... 추가 사망자 나올 듯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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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249명은 이미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생존이 확인된 아동은 절반에 못 미치는 1,025명이고 814명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 사망 아동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드러난 출생 미신고 사각지대... 11.7% 이미 숨져

임시신생아번호 아동 전수조사 결과. 그래픽=박구원 기자

임시신생아번호 아동 전수조사 결과. 그래픽=박구원 기자

보건복지부는 2015~2022년 의료기관에서 출생했지만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에 남아 있는 임시신생아번호와 부모 정보를 토대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해당 아동의 소재와 안전 여부를 파악했다.

지자체들은 1,028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해외에서 출생신고가 된 21명을 포함해 출생신고가 완료됐거나 곧 이뤄질 예정인 아동은 771명으로 집계했다. 222명은 질병 등으로 숨졌는데 사망진단서·사체검안서 등으로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나머지 3명은 의료기관이 임시신생아번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였다.

지자체가 소재 확인을 못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아동은 1,095명이다. 수사 의뢰 이유는 베이비 박스를 포함한 유기가 601명(54.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호자 연락 두절 또는 방문 거부 232명(21.2%), 출생신고 전 입양 89명(8.1%), 출생 사실 부인 72명(6.6%) 순이었다.

경찰은 이 가운데 254명은 생존 사실을 파악해 수사를 종결했다. 사망을 확인한 아동은 27명이다. '수원 냉동고 영아 사건' 피의자 등 사망 아동 7명의 보호자 8명은 범죄 혐의가 있어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남은 814명에 대해서도 범죄 연관성 등을 수사 중이다.

외국인 빠지고 2015년 이전 '깜깜'... 전수조사 한계

17일 서울 송파구의 한 주민센터에 '출생 미등록 아동, 지금 신고해 주세요'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송파구의 한 주민센터에 '출생 미등록 아동, 지금 신고해 주세요'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자체 전수조사와 경찰 수사를 종합하면 지난 7일 기준 사망한 아동은 249명으로 전체 조사 대상의 11.7%에 이른다. 여기에 수사가 진행 중인 814명 중에서도 추가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수진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경정은 "사망한 정황이 있는 사건들이 몇 건 더 있는데, 현재 수사 중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이번 전수조사에는 조사 기간이 2015년 이후라는 한계도 내재됐다. 그전에 얼마나 유령 아동이 발생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임시신생아번호가 남아 있는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은 2009년 도입됐지만 시스템 기능이 완비된 것은 2015년이었다. 이전 정보들은 보호자 등록 오류 등이 있어 부정확하다는 게 질병청 입장이다.

불법체류자 자녀 등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용국 법무부 외국인정책과장은 "질병청이 보유한 정보로 외국인 등록 및 출국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심의 의결을 요청한 상태"라며 "심의 결과가 나오면 즉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복지부는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을 개정해 임시신생아번호로 주기적인 출생 미신고 아동을 조사할 방침이다. 보육료나 아동수당 등과 연관된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도 아동의 소재 및 안전 여부 파악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근본적 해결을 위해 보호출산제 법제화, 한부모 등 위기 임산부 지원 대책 등을 통해 모든 아동의 안전한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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