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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에 '압박과 억제' 기조 택한 듯… 전략적 외교로 갈등 관리해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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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을 계기로 분출된 한중갈등 상황에 대해 "싱 대사의 발언은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훨씬 구조적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중국 지도부가 한국에 견지했던 '관망과 관리'(wait and see) 원칙을 '압박과 억제'로 수정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싱 대사의 '베팅' 발언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고, 한중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냉각기가 불가피하더라도 오는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을 계기로 접촉면을 늘리며 한중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김 소장을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에서 인터뷰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비판하는 등 싱 대사의 '베팅' 발언 여파가 크다.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정부는 싱 대사 발언을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고, 중국의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싱 대사를 교체하는 식의 봉합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개인적 일탈로 보기 어렵다. 중국 최고 지도부에서 대한(對韓) 정책의 변화가 있었고 이를 명백하게 표현하기 위해 도발했다고 봐야 한다. 그간 중국 지도부의 정책 기조가 '관망과 관리'였다면 이제는 '압박과 억제'로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국이 싱 대사를 거듭 압박한다고 해서 중국이 당장 문책하거나 교체할 것 같지 않다."
-중국이 한국 국익 사안을 두고 공격적인 전랑외교(늑대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해 전랑외교의 폐해를 지적하고 더 이상 추진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 국익을 해치는 국가에는 반드시 보복을 하겠다고 엄명했다. 싱 대사는 이 엄명을 한국에 적용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이 명백하게 중국 국익에 도전하고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강경노선을 택한 것이고, 한국은 이를 내정간섭 또는 모욕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양국 간 갈등 국면은 상당히 지속될 것이다."
-한국이 해쳤다는 중국의 국익은 무엇인가.
"가장 핵심적인 것은 대만 문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그 어떤 나라보다 명확하게 미국이 주장하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갈등구조를 수용했고, 합의문에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 중국 관련 권역에서의 개입 여지를 명시했다. 아울러 미국, 일본과 군사안보협력 강화를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탈피해 '무역 다변화'를 외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윤 대통령이 나서서 얘기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이를 방치하면 다른 나라에 동조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을 시범 삼아 압박에 나설 수 있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중국과의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지 않나.
"국제 정세를 이분법적으로 단순화한 시각이다. 지금 시대를 냉전의 세계로 볼 수가 없다. 미국조차도 중국과 협력할 건 협력하고 중국에서 창출되는 새로운 기회를 누리려고 하고 있다. 한국이 현실의 복잡성을 무시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설정하면 그 피해와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중국이 한국을 위협하고 고통스럽게 할 방법은 많다. 최근 중국이 한국을 디커플링하는 상황으로 전환하고 있다. 서해 중간선 안보부터 통관, 북한 문제까지 너무나 많은 시나리오가 있다."
-한중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지금의 열전 상황을 가라앉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정부 간 접촉을 재개하는 게 필요하다. 양국이 국내정치 수단으로 한중관계를 활용하면 상황은 악화된다. 중국과 전략적인 외교를 하면서 우리도 견지해야 할 3가지가 있다. 첫째, 중국도 한국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면 양국이 손해를 보는 '루즈‧루즈'로 갈 상황이 크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이 '자기는 형님이고 한국을 아우로 보는' 사고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 중국도 한국 같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잘 다지지 못하면 강대국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에 중국도 한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어 하지 않아 한다. 서로 외교적 손실을 입지 않는 방향으로 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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