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앞둔 '학교밖' 청소년들, 수공예품 판 돈 기부

입력
2023.06.09 15:41

한 달 간 가죽지갑 등 10종 317점 만들어
지난달 평리공원 벼룩시장서 판매
수익금 234만 원 전액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당당히 기부해 뿌듯... 힘든 환경 벗어나길"
한 달 간 가죽지갑 등 수제품 10종 317점 제작

학교밖청소년들이 대구 서구 평리동 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송곳 등 도구를 이용해 가죽지갑을 만들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학교밖청소년들이 대구 서구 평리동 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송곳 등 도구를 이용해 가죽지갑을 만들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학대 피해아동을 위해 써주세요."

개인적 사정으로 학교를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 수익금 전액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구 서구는 지난 7일 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학교밖청소년 6명이 대구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 피해아동을 위해 써달라"며 후원금 234만 원을 전달했다고 9일 밝혔다. 해당 기관도 청소년이 스스로 기부한 사례는 당장 파악하지 못할만큼 드문 것으로 보고있다. 최시은(18) 양은 "우리 이름으로 당당히 기부할 수 있어 뿌듯하다"라며 "기부증서를 직접 들어보니 실감이 났다"라고 말했다.

학교밖청소년 등 관계자들이 지난 7일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후원금 234만 원을 전달한 뒤 기부증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학교밖청소년 등 관계자들이 지난 7일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후원금 234만 원을 전달한 뒤 기부증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서구에 따르면 이들은 무드등 6점과 가죽지갑 8점, 곰인형 25점 등 수제품 10종 317점을 제작해 지난달 25일 오전 11시 평리공원에서 플리마켓을 열고 5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음료와 커피도 내어놓아 경찰관과 공무원을 비롯해 지역주민까지 제품을 보고 사가는 등 발걸음이 이어져 높은 호응을 받았다. 김예은(17) 양은 "더 많은 아동들이 힘든 환경에서 벗어나 희망찬 삶을 보냈으면 좋겠다"라며 "서툴게나마 풀칠하고 다듬고 깎으면서 열심힌 만든 물건이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학교밖청소년들은 지난 달부터 학교밖청소년의 문화체험 등을 위한 사업인 '꿈이음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센터에 모여 가죽공예 등을 배운 뒤 송곳과 목공용 풀, 사포 등으로 갖가지 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려운 또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논의한 결과 플리마켓으로물건을 팔아 판매금을 기부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학교밖청소년들이 대구 서구 평리동 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양초를 만들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학교밖청소년들이 대구 서구 평리동 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양초를 만들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는 가정의 불화나 학교에서 겪은 괴롭힘과 부당함 등 여러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 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상담, 진로와 사회적응 등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특히 센터에 오는 것은 청소년의 의지가 크기 때문에 서구는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현재 서구학교밖청소년센터에 등록된 청소년은 171명으로 지난 2021년 78명 등 지금까지 전체 응시인원 195명이 모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류한국 서구청장은 "타인을 배려하고 나눔의 선순환을 실천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며 "청소년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밖청소년들이 대구 서구 평리동 평리공원에서 플리마켓을 열고 자신들이 만든 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학교밖청소년들이 대구 서구 평리동 평리공원에서 플리마켓을 열고 자신들이 만든 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시민들이 대구 서구 평리동 평리공원에서 열리는 학교밖청소년들의 플리마켓에서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시민들이 대구 서구 평리동 평리공원에서 열리는 학교밖청소년들의 플리마켓에서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 서구 제공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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