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했다 올린 호주·캐나다... 한국은행은?

입력
2023.06.09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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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공개
"인플레·가계부채·환율·금융불안,
향후 통화정책 운용 잠재 리스크"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은 8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외환 불안, 부동산 금융 등이 여전히 잠재 리스크로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통화긴축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현재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범위를 소폭 상회하는 긴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인상한 뒤 지난달까지 3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금리 동결에 나섰던 호주 중앙은행(RBA)과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최근 연이어 긴축 재개로 선회하면서 당장 다음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향방부터 안갯속에 접어든 상황이다.

한은은 우리 역시 앞으로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①우선 인플레이션 압력을 나타내는 다양한 근원 지표들이 높은 수준에서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어 하락 속도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봤다. 공공요금 인상이 현실화하고, 향후 예기치 못한 공급 충격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하면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등한 캐나다나 호주와 달리 우리는 4, 5월 예상대로 둔화했다”면서도 “우리 물가 상황 역시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②누적된 금융 불균형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비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 완화 영향으로 금년 들어 주택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 만큼,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면 가계부채 축소(디레버리징)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짚었다.

환율 불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우리 경제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③경상수지가 계속 적자를 나타내는 가운데 미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하거나, 국내 통화정책이 조기에 전환될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이 재차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경상수지 개선이 늦어지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2월 예상치 못한 환율 상승폭의 상당 부분(40%)은 무역수지 충격에 의한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④금융 불안 불씨도 남았다.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관련 위험노출액 규모가 큰 증권사·건설사에 대한 신용 경계감도 지속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채권시장엔 은행채 대규모 만기 도래와 특례보금자리론 조기 소진에 따른 주택저당증권(MBS) 추가 발행, 세수 실적 부진에 따른 국채 발행 등 수급 부담 요인이 있다”며 유의를 당부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금리 재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호주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도 물가가 기준금리를 크게 상회하면서 여전히 실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라며 “한국은 물가상승률(3.3%)이 기준금리(3.5%)를 하회하는 만큼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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