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백성을 정의롭게, 친절하게 대하십시오"

입력
2023.06.0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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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시애틀 추장의 연설- 2

1909년 제작돼 시애틀 시청사에 설치된 시애틀 추장 흉상. 위키피디아

1909년 제작돼 시애틀 시청사에 설치된 시애틀 추장 흉상. 위키피디아

말이 여러 차례 글로 옮겨지면서 옮긴이의 의도가 너무 많이 스며, 시애틀 특유의 안개처럼 뿌옇게 퍼져 버린, 그래서 더 뚜렷한 정조로 남은 시애틀 추장의 연설 일부다.

“백인 추장의 아들(주지사)은 아버지(대통령)가 우정의 인사를 보낸다고 말합니다. 그의 백성은 많고 그에게 우리의 우정은 거의 필요 없다는 걸 압니다. 그의 인사는 무척 친절한 행위입니다. 이제 그들은 광활한 초원을 뒤덮은 풀과 같고 내 백성은 폭풍에 휩쓸린 평원의 흩어진 나무와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른 쇠퇴를 슬퍼하거나 하얀 얼굴의 형제들을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젊은 용사들에게 복수는 목숨을 잃더라도 이득으로 간주되는 게 사실이지만, 노인들과 전장에 아들을 보낸 늙은 어미들은 그게 사실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추장은 백인과 인디언의 많은 차이, 특히 조상이 묻힌 땅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언급한다. “조상의 유골은 신성하며, 그들의 안식처는 신성한 땅입니다. (…) 당신네 죽은 자들은 무덤 문을 통과하자마자 고향을 등지고, 별 너머 저 멀리 떠돌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망자들은 자신을 존재하게 한 세상을 결코 잊지 않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구불구불한 강과 큰 산, 외딴 골짜기를 사랑하고, 외로운 마음을 가진 산 자들을 애틋하게 그리워하며 다시 찾아와 위로합니다.”

“우리가 남은 날들을 어디서 보내느냐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 하지만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과 친구들의 무덤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이 땅 모든 언덕과 계곡, 평야와 숲은 우리에게 좋은 기억과 슬픈 경험들로 신성합니다. 고요한 해변을 따라 햇볕을 쬐며 벙어리처럼 누워 있는 바위들은 우리의 운명과 관련된 과거 사건의 기억으로 엄숙하고 웅장하며, 발아래 먼지는 조상의 유골이기 때문에 당신들보다 우리의 발자국에 더 사랑스럽게 감응하며, 우리의 맨발은 종족의 삶이 스민 토양에 더욱 뜨겁게 감응합니다.(…) 내 백성을 정의롭게, 친절하게 대하십시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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