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재개에 몸 단 미국, 중국에 차관보 보냈다...중국은 '떨떠름'

입력
2023.06.05 20:40
6면
구독

크리튼브링크 중국 외교 인사 접촉 시작
블링컨 방중 재추진 논의 오갈 듯
중국 "대화 진정성 없다"며 미국 압박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5일 베이징에 도착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중국 방문 기간 중국 측 인사들과 접촉하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인기 기자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5일 베이징에 도착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중국 방문 기간 중국 측 인사들과 접촉하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인기 기자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5일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올해 2월 중국 정찰풍선 사건으로 무산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재추진 여부가 그의 방중 성과에 달려 있다. 미국은 대화 재개에 적극적이지만, 중국은 떨떠름해한다.

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에 도착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세라 베란 미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과 함께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했다. 중국은 회담 내용을 일단 비공개에 부쳤다. 이에 더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추후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미국 "미중 고위급 대화 재개 보게 될 것"

정찰풍선 사건으로 급격히 경색된 미중관계는 최근 대화 채널 일부가 복구되면서 다소 풀렸다. 지난달 미중 외교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한 뒤 양국은 "건설적 대화를 나눴다"는 반응을 내놨다. 5개월간 비어 있었던 주미 중국대사엔 상대적 온건파인 셰펑 대사가 얼마 전 부임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 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들어 중국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 미국 CNN에 출연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 회피)'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경제를 분리하거나 무역을 끝내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다시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외교적 언사로 미중 사이의 불신이 단번에 해소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달 3일 미 해군 구축함 정훈함은 캐나다 해군 호위함과 함께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중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과 약 137m 거리에서 교차 기동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었다. 중국이 지난달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를 단행한 것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졌다.

갈등이 선을 넘기 전에 일단 블링컨 장관을 중국으로 보내 긴장 수위를 일단 낮추려는 게 미국의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말로만 대화...중미관계 책임 전가하려는 것"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뮌헨=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뮌헨=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은 강경하다. "대화하려는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고자세를 취하고 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5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은 대화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에 (중미관계 악화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 등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본심은 그대로라고 의심하는 중국 지도부의 기류가 반영돼 있다.

미국이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중국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디리스킹을 논하려면 무엇이 '위험'인지부터 명확히 하라"며 "중국은 피해야 할 '위험'이 아니라 '기회'"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수출 통제 등 중국 경제를 압박하려는 정책 자체를 철회하라는 요구였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