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OEM' 원외탕전실 인증률 10%대...복지부 "인증 의무화 검토"

입력
2023.06.05 04:30
수정
2023.06.07 17: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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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제 도입 5년, 인증률 안 올라
전국 81개 중 올해 기준 12개 인증
인증 의무화 연구용역 곧 시작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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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처방에 따라 한약만 전문적으로 조제하는 '원외탕전실' 인증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조제 한약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8년 9월 인증제를 도입했지만 의무가 아닌 데다 소규모 탕전실은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유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약 조제 과정 전반을 평가해 인증한 원외탕전실은 조건부 인증을 포함해 지난달 초 기준 전국에 12개다. 일반 한약 조제는 자생한방병원 원외탕전실(부산)과 큰나무한의원 원외탕전실(서울) 등 7개, 약침 조제는 남상천한의원 원외탕전실(경기) 등 3개다. 이외에 위생 및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준을 완화해 올해 처음 인증한 연 매출액 15억 원 미만 소규모 원외탕전실과 1년 기한을 정해 조건부 인증한 곳이 각각 1개다.

복지부가 2021년 집계한 전국의 원외탕전실은 81개라 인증률은 15% 수준에 그친다. 지역별로 서울에는 원외탕전실이 20개인데 인증받은 곳은 3개뿐이다. 경기는 22개 중 4개, 부산은 11개 중 1개만 인증이 됐다.

원외탕전실은 탕약, 환제, 고제 등을 만들어 한의원, 한방병원 등에 납품하는 한약 전문 조제시설이다. 예전에는 대부분 한의원 내 자체 시설에서 한약을 조제했지만 2008년 9월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에 원외탕전실이 처음 의료기관 부속시설에 포함됐다. 원외탕전실은 공동 이용도 가능해 지금은 다수의 한의원들에서 처방한 한약을 조제한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제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약업계의 의약품 위탁생산(CMO)과 유사한 형태다.

인증제를 도입한 것은 철저한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어서다. 원외탕전실에는 한약사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당시에 한약사들은 자격 없는 이들의 조제 참여 등 부실한 관리를 주장했다. 이에 복지부는 '한국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KGMP)'에 준하는 시설 및 조제 관리 기준을 정했다. 인증 평가는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수행한다.

일반 한약과 약침 조제 원외탕전실 인증마크. 보건복지부

일반 한약과 약침 조제 원외탕전실 인증마크. 보건복지부

인증 비용을 복지부가 부담하고 인증을 받으면 인증마크가 부여돼 인터넷 등에서 해당 사실을 홍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데도 인증률은 여전히 낮다. 제도 도입 이듬해인 2019년 6개, 2020년 8개, 2021년 10개, 올해 12개로 별 차이가 없다. 일반 원외탕전실 인증 기간이 4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미 받은 곳 외에 새로 인증에 나서지 않는다는 의미다. 소규모 탕전실은 원료 중금속 검사부터 보관·조제·포장·배송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평가하는 KGMP를 맞추는 게 힘들고 인증이 의무가 아니라는 게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반드시 받아야 하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인증률이 오르지 않자 복지부는 올해 인증 의무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관련 연구용역도 곧 발주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무화 검토는 맞지만 규제를 새로 만들어야 하고 법률 개정 사안이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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