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바리톤 되고 싶다"… 바리톤 김태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입력
2023.06.04 14:29
수정
2023.06.04 17: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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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란·황수미 이은 세 번째 한국인 우승, 아시아 남성 성악가로는 최초

바리톤 김태한이 2일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결선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제공

바리톤 김태한이 2일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결선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제공

바리톤 김태한(23)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끝난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우승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바이올린, 피아노, 성악, 첼로 부문이 매년 번갈아 열리는 세계적 권위의 경연으로, 1988년 이 대회에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로는 첫 사례다. 지난해 첼로 부문 최하영에 이은 두 대회 연속 한국인 음악가의 우승이기도 하다. 김태한은 2011년 소프라노 홍혜란, 2014년 소프라노 황수미에 이은 성악 부문 역대 세 번째 한국인 우승자다. 김태한은 수상 직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 오페라 무대에도 많이 서고 행복하게 음악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바리톤 김태한. 금호문화재단 제공

바리톤 김태한. 금호문화재단 제공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23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성악가 김태한이 수상 발표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23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성악가 김태한이 수상 발표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1937년 바이올린 부문을 대상으로 한 이자이 콩쿠르로 시작해 1951년 이름을 바꾸고 바이올린과 피아노 부문 대회가 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1953년 작곡, 1988년 성악, 2017년 첼로 부문이 추가됐다. 2012년 이후로 작곡 부문은 개최되지 않아 현재는 바이올린, 피아노, 성악, 첼로 부문이 매년 번갈아 열리고 있다. 만 18세부터 33세 이하의 젊은 성악가를 대상으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412명의 성악가들이 지원, 예선 영상 심사를 거쳐 68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한국인 참가자들은 본선에 단일 국가 최다인 18명이, 12명이 겨루는 결선에도 3명이 진출해 현지에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자 김태한(왼쪽)이 결과 발표 뒤 성악가 조수미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자 김태한(왼쪽)이 결과 발표 뒤 성악가 조수미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선은 1일부터 사흘에 걸쳐 진행됐다. 2000년 8월생으로 최연소 결선 진출자인 김태한은 지난 2일 무대에 올라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오 카를로 내 말을 들어보게',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 중 '나의 열망, 나의 집념' 등 네 곡을 선보였다. 특히 그는 베르디의 곡을 이탈리아어 버전이 아닌 프랑스어 버전으로 선보여 프랑스어권인 벨기에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태한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2만5,000유로(약 3,500만 원)와 다양한 공연 기회를 얻게 된다. 김태한과 함께 결선에 진출한 베이스 정인호는 5위에 올랐다. 2위는 콘트랄토 자스민 화이트(미국), 3위는 소프라노 율리아 무치첸코그린할(러시아·독일), 4위는 메조 소프라노 플로리안 하슬러(프랑스)가 각각 차지했다.

이 대회는 전통적으로 1위부터 수상자를 호명한다. 최종 순위 발표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자 김태한은 감격해하며 가슴에 손을 얹은 채로 환호하는 관객과 벨기에 음악가 베르나르 포크홀을 비롯한 심사위원단에게 감사를 표했다. 결선 심사위원단의 한 사람으로 무대에 자리한 소프라노 조수미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전을 보내 "클래식의 글로벌 영향력을 각인시킨 강렬한 장면이었다”며 “이번 우승을 통해 K클래식의 지평이 더욱 속도감 있게 넓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치하했다.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23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성악가 김태한이 우승 수상자로 발표된 후 인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23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성악가 김태한이 우승 수상자로 발표된 후 인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김태한은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로 데뷔한 성악계 샛별이다. 선화예고를 거쳐 나건용 사사로 서울대를 졸업했고 현재는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김영미 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국내파'다. 2021년 국내에서 개최된 한국성악콩쿠르, 한국성악가협회 국제성악콩쿠르, 중앙음악콩쿠르에서 각각 2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스페인 비냐스·독일 슈팀멘·이탈리아 리카르도 잔도나이 등 3개 국제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오는 9월부터는 2년간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할 예정이다.

콩쿠르에 앞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꿈을 묻는 질문에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던 김태한은 시상식 직후에도 세계 무대를 향한 포부를 강조했다. "호스트 패밀리 덕분에 콩쿠르 기간 동안 하루하루 행복하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 더 열심히 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바리톤이 되고 싶습니다."

4일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축전을 받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4일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축전을 받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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